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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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였던) 아트는 언제 작품에 출연했었는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이기심과 무능함에 가족과는 절연한 지 오래예요. 곁에는 70년 지기 친구 윌리엄만이 남아있습니다. 제일 가까운 친구, 전직 파파라치.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 북적북적 잘 지내는 윌리엄이 가끔 부럽습니다. 마음이 허합니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훔치는 걸로 그래도 마음이 채워진다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가득 쌓인 옷들도, 과자들도 지겹네요. 이게 맞는 건가 싶어요.

아는 것도 많고 패션 감각도 뛰어난, 일흔의 나이에도 요가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을 유지하고 있는 대프니. 늘 보살핌이 필요한 약하고 무지한 '노인'이라 여겨지는 게 싫습니다. 나이 때문에 당연히 최신 아이폰은 사용할 줄 모를 거라 취급 당하는 것이 싫어요.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사용법이야 배우면 그만이죠. 혼자 사는 게 편하지만, 문득 너무 오랫동안 고립돼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좀 다르게 살아봐야겠어요.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데이팅 앱으로 연하 남자친구도 만나 보려 해요.

잘 나가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였던 리디아, 결혼해 아이들 낳아 기르고 보니 어느덧 쉰이 넘어버렸습니다. 다시 일을 하고 싶어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나'로 서고 싶습니다. 찾은 일은 동네 주민센터에서 노인 '사교 클럽'을 운영하는 것.
클럽을 멋지게 운영해 보려 했는데, 모인 노인들이 단 한 명도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이들을 가르치고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센터 천장이 무너져 노인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기까지 해요. 이 지경인데, 의회 예산을 무사히 받아서 계속 클럽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열아홉에 미혼부가 된 지기. 십 대 아빠의 삶이 힘들어도,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못 하게 되고 평범하게 살 수 없다 해도 딸 카일리가 없는 삶은 이제 생각할 수 없어요. 대학 진학 같은 건 이제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 여겼는데, 윈게이트 선생님이 과외를 해 줄 테니 대학 진학을 준비해 보자고 하시네요. 대학엘 가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고, 그게 지기 자신을 위해서도 카일리를 잘 키우기 위해서도 더 나은 길이라고. 과외 시간 동안 카일리를 맡아 줄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때, 주민센터 사교 클럽의 대프니 할머니가 선뜻 지기가 과외 받는 동안 카일리를 돌봐 주시겠대요. 좀 못 미덥지만, 그래도 할머니인데 아기는 키워 봤겠죠?

주민센터 복지관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새롭게 관계를 맺고 각자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꿔 보려던 때, 낙후된 주민센터를 보수해 운영하는 대신 그 자리에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고가 내려옵니다.
어린이집에 딸을 맡겨야 하는 십 대 미혼부,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교 클럽 운영자, 그리고 사교 클럽 활동으로 활기와 보람을 찾아가던 노인들.
주민센터가 사라지면 안 될 이유를 하나씩 쥐고 있는 그들은 센터를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칩니다. 공통점 하나 없던 그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끈끈해집니다. 센터를 지킬 수 있을까요.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영미소설입니다.



출판사(창비교육출판사)에서 도서(가제본, 일부)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changbiedu_book @chaek_g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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