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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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대표가 나에게 물었다. 당황스러우면서 불안했지만, 조심스럽게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사실 속마음은 탄핵에 반대하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었다. 대표는 이어 자신은 탄핵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몇 가지를 제시했는데, 대부분이 극우 유튜버들이 하는 주장과 일맥상통했다. 나의 업무는 회사 유튜브 관리를 하는 일이고, 회사 유튜브 아이디는 대표가 개인으로 운영하던 채널이어서 대표의 아이디로 로그인이 되어있다. 그의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들 중 정치적인 영상은 80프로 정도가 보수 쪽 유튜브였다. 참고로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그 대화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극우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았다.


1.유튜브를 통해 부정선거를 의심.

2.사법 리스크의 이재명.

3.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된 사람이기에 계엄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민주주의에 관해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하는데, 그러한 관점과 대표의 주장을 연결시켜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장인 부정선거의 경우 수없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미 150번이 넘는 선관위 압수수색이 이루어졌고, 대부분이 윤석열 정권에서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계속해서 부정선거를 거론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그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패배를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게임의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돌이켜봐도 어렵다. 지난 대선 때, 어떻게 대통령으로 저런 사람을 뽑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표의 두 번째 주장은 전적으로 자신의 적을 제거하려는 반민주 세력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민주주의자인 척하는 사람들이 법치주의를 이용한다고 말한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법을 선택적으로 집행한다고 주장한다.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조국혁신당 전 대표 조국과 현 이재명 후보에 관한 일 아니던가. 검찰은 막강한 기소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선택적 기소뿐만 아니라 막무가내 기소로 정치인에게 범죄자 이미지를 부여하는 일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 본인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혀 아닌 우리 대표는 언론이 받아 적고 있는 이재명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실이라고 보는 듯하다.


세 번째 대표의 주장은 개인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다. 책의 말미에 헌법이 기계처럼 작동할 거라는 환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사회의 능력주의 사고방식에 대한 문제다. 아직까지도 대통령, 판사, 검사, 변호사 등 고위공직자 및 우리가 유능하다고 믿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지혜롭다고 보는 편견이 있다. 그들이 알아서 잘 할 거라는 믿음이 도사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저자들이 미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하는 것도 다수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 아니던가.


저자는 미국 사회를 걱정하며 몇 가지 개혁안들과 방안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난 저자들의 방안보다는 저자들이 인용한 로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헌법이 공정한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를 개발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략) 우리는 정치적 의무를 소홀히 여기게 되었다.


우리는 다수의 지성으로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목격했다.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을 뽑자는 이야기로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건 싸우는 일뿐이다. 독일처럼 전투적 민주주의를 확산하고, 필요에 따라 권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수밖엔 없다. 지금의 시간이 지나가면 결선투표제 등의 개헌까지 논의해야 한다. 관용의 민주주의는 끝났다. 다시 쿠데타의 시대가 도래했고, 나라를 망가뜨린 세력들은 처벌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절대 원칙에 도전하면 남은 삶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강력한 처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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