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헤엄칠 수 있었다
고야나가 도코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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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었다. 고야나가 도코라는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고, 생각해보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이 책과의 만남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고등학생들을 보았고, 학교가 아닌 병원에서 그 시기를 보내야 했던 청소년들도 바라보았다. 학교 선생님, 작가, 출판 편집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부모, 가족, 친척이라는 관계로 얽힌 이들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안에서 소외되는 마음들과 작은 일탈, 그리고 희망 없는 그림자와 죽음까지도 보았다.
내가 그 삶의 현장 안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투명한 아크릴 창을 사이에 둔 것처럼 눈부신 햇살에 비친 '기스 난 마음'들을 볼 때마다 조금 아릿하고 슬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저마다 짠하고 위태로운 소설 속 사람들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내 마음에 잔잔히 투영되어 일렁인다. 낮과 밤,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제법 긴 여운을 남긴다. 아픔이 있는 사람들의 연대를 기억하고 싶다.

이 책은 '평범'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바다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품고 묵묵히 헤엄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이해하고, 또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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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서 - 의도를 벗어난 모든 현상에 관한 우주적 대답
뤼디거 달케 지음, 송소민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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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디거 달케의 저서 『보이지 않는 질서(Die Schicksalsgesetze)』.

2014년 독일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될 만큼 그 사상적 가치를 인정받은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우주적 질서와 운명의 법칙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미래를 점치는 단편적인 내용이 아니라, 우리 삶이라는 무대 뒤에서 정교하게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을 분석한 시스템 가이드북의 성격을 띤다. 저자는 의학과 과학, 철학, 심리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서양의 역사적 통찰과 인문학적 인사이트를 촘촘하게 엮어낸다. 다루는 학문의 범주가 방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원리'를 논하기에 때로는 낯설고 압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학자가 후대에게 전하는 정제된 지혜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우주의 질서까지 아우르는 저자의 방대한 지적 탐구는 결국 '우리 앞의 생'이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된다.

저자가 설파하는 다양한 법칙들을 내면에 체계화하고 그것이 삶의 현상과 공명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본질을 통찰하는 빛나는 지혜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여유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읽어볼 것을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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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첫번째
최동민 지음 / 멜라이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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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책에서 다정한 온기를 발견했다.작가 최동민은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마주하는 일상을 섬세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그의 문장은 정교하며, 그 안에 담긴 진심은 긴 겨울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일상과 가족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은 서툰 듯 보이지만 단단하다. 많은 미문들 속에 신뢰와 삶의 태도를 야구에 비유한 대목이 좋았다.

“홈런까지는 모르겠지만 삼진을 당하고도 미안해하지 않을 사람은 아닐 거라는 걸, 아무리 아웃이 되어도 타석에 서는 걸 포기하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걸, 화가 난다고 배트를 던지거나 되도 않는 슬럼프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간혹 홈런을 치더라도 우쭐해져 홀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J의 감은 확신했다."

화려한 성취보다 묵묵히 타석을 지키는 태도, 성공 앞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마음. 이런 마음들을 가진 서로 첫번째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 한가득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때로는 미소 짓고, 때로는 뭉클한 감정을 마주했다. 계절이 바뀌어도 곁에 두고 자꾸만 꺼내 보고 싶은 다정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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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모르는 당신에게
김혜지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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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이라는 실전 앞에서 서툰 순간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자신을 모르는 당신에게>는 그런 삶의 여정 속에서 덜 넘어지고 덜 아플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들을 담아낸 유용한 멘탈 가이드북이다. 이 책은 단순한 감성적 위로와 공감에 머물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저자가 현장에서 마주한 생생한 진실을 요점 정리 잘 된 참고서처럼 명확하게 제시하는 ‘팩트풀니스’한 특징을 지닌다.
흔히 자신을 돌보기 위해 따뜻한 위로만을 찾기 쉽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가감 없이 관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혜가 더 절실할 때가 있다. 저자는 바로 그 지혜의 길을 여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들을 아낌없이 공유하며, 유독 저마다의 무게로 힘겨운 시기를 지나온 현대인들에게 실질적인 마음 처방전을 제공한다.
특히 저자는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오직 ‘사실’만을 직시할 것을 강조한다. 자신이 가진 감정 조절 능력에 맞춰 스스로를 돕고 돌보는 법을 익히고, 모든 것을 세상이 정한 평균치에 맞추려 애쓰지 말라는 조언은 큰 울림을 준다. 지식이란 타인과의 비교 수단이 아니라, 나의 장점을 키우고 약점을 배려하기 위한 도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다 다른 것'이야말로 가장 정상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정해진 틀에 갇혀 괴로워하던 독자들에게 깊은 해방감을 선사한다.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싶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고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나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지탱해 줄 든든한 지적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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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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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과학에 흥미가 생겨 관련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용어와 딱딱한 이론들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뎌지곤 했다. 그러던 중 만난 벤 라인의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는 그야말로 '버퍼링 없는' 몰입감을 선사해 준 반가운 책이었다.
보통 깊이 있는 연구 내용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하게 전달한다. 덕분에 독자는 전문적인 뇌과학 지식에 대한 부담 없이, 행동 이면에 숨겨진 뇌의 작동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의 뇌는 산소나 포도당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연결'을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뇌가 얼마나 간절히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고립이 우리 뇌에 어떤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현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었다. 그는 온라인상의 소모적인 다툼이나 피상적인 관계 대신,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연결'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사회적 식단의 질과 재료를 살펴보라"는 조언은 관계의 홍수 속에서 정작 고독해지기 쉬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처방전처럼 다가온다.
이 책은 차가운 뇌과학 이론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뇌의 본성을 통해 인간다움과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따뜻한 인문학 서적에 가깝다. 지적인 충만함과 정서적인 위로를 동시에 얻고 싶은 분들께,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분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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