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올리버 색스 지음, 강창래 옮김, 안승철 감수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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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있을 때 그 병에 대한 공포가 당신을 떨게 만든다"<몽테뉴>

나는 어릴 적 협심증과 편두통에 시달렸다. 초등, 중등 시절까지였고, 고등학생부턴 건강해졌지만, 그 누구보다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많고, 왜 그 병이 생겼는지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편이다. 지금도 가끔 편두통이 오는데, 이유가 뭘까? 

편두통은 요즘책방에서 #아내를모자로착각한남자 로 알게 된 올리버색스의 첫 번째 책이다. 그 자신이 어릴적부터 편두통을 앓아와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고 하던데, 자신과 많은 환자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한다. 다른 그의 에세이적인 저서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전문성을 띄기도 해서 쉽게 읽어지는 책은 아니며, 질병의 메커니즘에 대해 깊이 연구하려 하는 이에게 적합한 책이다.



1부 편두통 증상

편두통은 단순히 한 쪽 머리가 아픈 증상뿐만 아니라, 검은 암점이 보인다거나, 하얀 섬광을 동반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환각, 환청, 착각, 기절, 간질과 비슷한 발작 등도 포함한다. 책에서 99개의 사례가 소개될 만큼 그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도 없고, 발생 원인을 알아내기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고대부터 알려진 치료법들이 흥미로웠는데, 그 방법은 구토, 분노, 설사 등의 신체의 수분이나 감정을 배출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2부 편두통의 발생

​​내가 앓던 편두통은 단순히 한 쪽 머리가 아픈거였는데, 책의 1부에선 너무나도 다양한 증상들을 다뤄서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9장에서 상황에 따른 편두통 증상들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게 되었다. 몇 가지 소개해볼테니 어떤 힌트인지 여러분들도 유추해보시길 바란다.



사례1. 아우슈비츠에서 온가족을 잃고 혼자 생존한 편두통 환자 :수용소 시절엔 그 상황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벅차다가 안전한 상태가 되어서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을 것이고, 편두통의 고통은 그런 감정을 만족시켰다. 또한 자주 넘어져서 골절상을 입기도 했는데, 그 치료를 할 땐 편두통이 사라졌다. 골절로 인한 고통이 편두통으로 받는 벌을 대체한 것이다.



사례2. 자식들을 키우는 어머니 :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주 가끔 편두통을 겪었지만,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한 주에 두 번 이상 발작을 일으켰다. 어머니로서의 사랑과 걱정이 과민성 폭탄으로 변했던 것이다. 사랑하지만 대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여름이 되면 청소년 캠프로 떠났고, 그 석 달 동안은 편두통에서 해방되었다.



사례3. 현실을 부정하는 여성 : 편두통으로 저자를 찾아와 가정에 대해 이야기 해보랬더니, 아주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후에 그녀의 친척들에게 들은 바로는 그녀의 가족은 빚이 산더미고, 남편은 발기부전이며, 큰아이는 퇴학을 당한 비행 청소년임이 드러났다. 환자는 나쁜 감정을 억압하고 부인하면서 두 개의 자아로 "쪼개져"있었다. 한 부분은 허세로, 다른 하나는 분열되어 스스로에게 질병을 안겨주고 있었다.



사례4. 성직자가 되려 한 42세 남자 : 지배적인 어머니와 살고 있는 가톨릭교도는 얽매인 감정을 해소하려 성적인 접촉을 할 때 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다. 성행위는 심하게 벌을 받아 마땅한 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두통은 사흘 동안의 두통이라는 벌을 주면서 그가 참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뒤엔 생리적이고 도덕적인 평형 상태를 회복했다.



이렇게 4가지만 소개해보겠다. 많은 사례들이 나오지만 하나 하나 나올 때마다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가 학창시절 앓은 협심증과 편두통, 그리고 지금 앓고 있는 소화불량 장애와 두통등의 심리적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먼저 공통적인 특징들은 죄책감, 수치심, 걱정, 스트레스, 과욕 등으로 고통받는 마음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형벌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사실 편두통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다. 다만 다른 질병들은 생리학적 메커니즘이 분명하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하지만 편두통은 워낙에 광범위해서 치료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은 강압적인 아버지 아래서 가슴 졸이며 살았고, 소심하고 병약했다. 신경은 예민하고 까탈스러웠기 때문에 협심증과 편두통은 당연한 결과였을수 밖에 없었다. 현재에 들어 소화불량이나 두통 문제도 답이 나온다. 많이 먹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고 부터 과식을 피했고, 어쩌다 과식을 하면 나의 생각대로 몸이 따라줬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선택한 절제들에 너무 매여서, 절제를 하지 못할 때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 죄책감은 어김없이 몸의 증상으로 표현이 된다. 너무 놀랍다.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이...



3부 편두통의 기반

3부에서는 편두통의 생리적 메커니즘, 생물학적 접근, 심리학적 접근을 다룬다. 아마 모든 병이 그렇듯 의학적으로 밝혀진 이유와 심리적인 이유를 모두 아우러야 정확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질병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진찰과 처방 이외에 얻어낼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올리버 색스는 편두통의 발생 원인에 대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다방면에서 연구했다.



4부 편두통 치료법

이 파트는 전문의들을 위한거라 일반 대중인 나에겐 큰 흥미가 없었다. 그냥 의사들이 어떻게 진료하나 구경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개인적으로는 2부와 3부가 가장 흥미로웠고, 그 부분에서 알고자 했던 모든 것을 얻어냈다. 혹시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하며, 지루한 부분은 보기 싫다면 2부와 3부만 보시는걸 추천한다.



"의사들이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키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크나큰 잘못이다"<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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