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괴물의 탄생》의 저자 수레카 데이비스는 역사학자이자 과학과 미술의 개념사를 연구해 온 학자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괴물에 관한 기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다. 역사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이 ‘괴물’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를 살펴보며, 괴물이 인간과 구별되는 별개의 존재인지, 아니면 인간과 인간의 경계에서 만들어진 존재인지를 질문한다.
작가는 처음부터 괴물을 인간과 분리된 존재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인간이 자신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규정해 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괴물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괴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는 책이기도 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우리’와 ‘너희’를 구분해 왔다. 내가 속한 집단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와 다른 집단을 비정상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계 밖의 존재가 때로는 ‘괴물’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괴물은 인간과 완전히 다른 존재라기보다, 인간이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에 가깝다.
이러한 경계는 지역이나 국가, 인종, 문화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와 다른 존재’로 규정하고, 그 차이를 열등함이나 비정상성으로 연결하면서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인종적 차이를 근거로 사람을 구분하고 식민지배와 노예제를 정당화했던 것 역시 이러한 ‘경계 만들기’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괴물’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쩌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배제하거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성별이나 신체적 차이를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이러한 경계는 나타난다. 인간의 유전적 차이나 장애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그것을 부모의 잘못이나 사회적·도덕적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고, 결국 그 사람을 비정상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과연 인간에게 ‘정상적인 몸’이란 어떤 형태여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의 몸이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기준은 정말 자연스럽고 절대적인 것일까.
결국 책에서는 괴물을 비정상적이고 위험하며 배제해야 할 존재로 규정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괴물’이라는 기준 역시 절대적일 수 없다. 누군가에게 괴물로 규정된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괴물은 인간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경계는 결국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오늘은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비정상’으로 규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최근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일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자신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문제 있는 존재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인간’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는 정말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일까.
어쩌면 자신들이 만든 작은 기준 안에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그것을 정상이라고 믿는 모습은 ‘우물 안 개구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괴물’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과거의 이야기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하고,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이나 이야기를 보지 않은 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범주에 넣어버리는 순간 또 하나의 경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괴물의 역사를 읽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며 만들어 놓은 경계는 무엇인지,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떤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무엇보다 ‘정상’이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고, 또 얼마나 쉽게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결국 괴물이라는 존재는 인간이었고,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은 과연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괴물이었을까?
《괴물의 탄생》은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결국 인간을 바라보게 만들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정상’이라는 기준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이 생각났다.
우리가 괴물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정말 괴물인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부르기로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