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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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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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의 작가 조정래는 이미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와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해 온 작가인 만큼, 그의 작품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어떤 상처를 받았으며 어떤 선택과 갈등을 마주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돈과 계급, 이념, 가난과 차별, 자본주의와 인간의 욕망 등을 개인의 문제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사회적 구조와 연결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뤄온 작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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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역시 사랑과 자본,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연애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러한 주제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물론 연애소설이라는 장르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다소 구식으로 느껴지는 사랑의 방식과 감성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특히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에 익숙한 독자라면 두 사람의 사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소 느리거나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순한 연애소설로만 본다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이야기 속에 ‘돈’이라는 요소가 깊숙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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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주인공 이재이와 윤소인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철학과 출신인 이재이는 글쓰기 동아리 ‘끝밭’에서 미술대생 윤소인을 만나게 된다. 이재이가 쓴 시에 윤소인의 그림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만남은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계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이재이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멀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이재이의 동창 민태석이 윤소인과의 만남을 다시 주선하면서 두 사람은 과거의 사랑을 이어갈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윤소인은 지난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고, 결국 병까지 앓게 된다. 이재이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재산을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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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작품 속에서 ‘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재이의 아버지와 형에게 돈은 권력과 사회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더 많은 부를 얻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가족 안에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반면 이재이에게 돈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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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누군가에게 돈은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얻기 위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작품은 돈의 많고 적음보다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위해 사용하는지가 인간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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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난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부유한 남자라는 설정은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상당히 구시대적인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나 역시 이 부분에서는 다소 진부하게 느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돈 많은 남자의 희생적인 사랑으로만 바라보면 이재이라는 인물의 선택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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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이에게 윤소인을 사랑하는 일은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돈과 권력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이재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경제적 조건을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같은 부를 물려받더라도 그것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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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재이와 아버지의 대비는 이 작품에서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재이는 결국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경제적 환경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적어도 그 돈을 바라보는 가치관만큼은 아버지와 다른 선택을 한다. 돈을 축적하고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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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리꽃》은 단순히 한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애소설이라기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돈과 인간의 가치관을 함께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사랑의 전개가 다소 빠르고 감성적인 분위기 역시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나 역시 연애소설 자체만 놓고 본다면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과 돈을 함께 놓고 바라보면 작품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돈과 권력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리고 자신이 가진 부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사람의 선택과 삶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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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부분 역시 사랑 그 자체보다는 ‘돈’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인간은 돈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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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리꽃 1》은 연애소설이라는 형식 안에 조정래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자본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느꼈다. 사랑의 방식만 놓고 보면 다소 낡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사랑을 둘러싼 ‘돈’의 의미까지 함께 바라본다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사랑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 사람과 돈과 권력을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사람을 대비시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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