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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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소설 《그루잠》의 작가 박보미는 유튜브에서 '덕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크리에이터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와 괴롭힘을 겪은 뒤 퇴사했고, 시골로 내려가 귀농하며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소속사와의 불공정 계약 문제로 방송을 중단하고 법적 분쟁을 이어갔지만, 결국 자신의 채널을 되찾으며 다시 일어섰다. 이후 꾸준히 공부해 토익 960점을 취득하고 《그루잠》을 출간하며 소설가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어눌하지만 진솔한 말투와 선한 마음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루잠》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허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작가 자신의 경험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소설 속 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와 법적 분쟁을 겪는 과정은 실제 덕자의 삶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물론 소설이 곧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작품 곳곳에서 삶을 통해 얻은 감정과 경험이 진하게 스며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세상을 살아오며 느꼈을 법한 두려움과 상처,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이 소설은 슬프면서도 따뜻하고, 외로운 듯하면서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었다.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한 듯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외로움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소설 속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듯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고,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주인공 윤설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딸을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했고, 윤설은 어린 시절부터 홀로 세상을 견디며 성장한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기업에 취업하지만 사회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일을 가르쳐 주겠다던 지사장은 부당한 요구를 일삼았으며 어떤 사건을 계기로, 결국 윤설은 그를 고소하게 된다.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영과 변호사를 만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결국 재판에서 승소한 윤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과 사랑을 다시 이해하게 된다.


윤설은 외롭고 내성적인 인물이다. 겉으로는 여린듯하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자신이 믿는 사람에게는 진심을 다하는 순수함도 지니고 있다. 세상은 그녀에게 수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특히 상처를 준 사람들조차 끝없이 원망하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윤설의 태도는 덕자가 보여 준 삶의 자세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이 작가의 경험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소설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이어 가면서도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듯한 서사를 함께 보여 준다는 것이다. 현실인지, 꿈인지, 죽음 이후의 세계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장면들은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제목인 '그루잠'은 잠에서 깨어났다가 다시 드는 잠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목처럼 소설 역시 현실을 이야기하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꿈속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 낸다. 그 모호함은 삶과 죽음, 기억과 현실의 경계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윤설은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으면서도 결국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처를 품은 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선택하는 그녀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루잠》은 단순히 한 사람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이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와 작은 희망을 건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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