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 - 건축가 황두진이 그리는 지속 가능한 도시적 삶
황두진 지음 / 해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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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시는 왜 점점 더 커지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더 멀리 이동하며 살아가야 할까. 이 책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하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다. 단순히 서울 도심의 인구를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거와 직장, 문화시설과 상업시설이 한 공간 안에서 함께 공존하는 도시가 더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건축이라는 분야를 통해 도시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현재의 대도시는 중심지에 회사와 상업시설,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 있고 정작 사람들은 외곽에 거주하며 출퇴근을 반복한다. 결국 사람들은 매일 긴 이동 시간을 감수해야 하고, 교통 혼잡과 환경 문제 또한 심화된다.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는 직장과 주거가 지나치게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낮에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밤이 되면 텅 비어버리는 도심의 모습은 어쩌면 비정상적인 도시 구조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도시 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단순히 성장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방향을 바꾸자는 제안인 셈이다.

작가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해외 도시 사례를 함께 보여준다. 베를린은 높은 인구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녹지 공간을 함께 조성해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고, 뉴욕 맨해튼 역시 도심 속 주거 기능 덕분에 밤이 되면 완전히 비어버리는 도시 현상에서 벗어난 사례로 언급된다. 결국 핵심은 ‘도심 속에서도 사람이 살아야 도시가 지속된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건물을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지개떡 건축’과 ‘카멜레온 건축’이라는 개념이었다. 무지개떡 건축은 층마다 서로 다른 기능이 들어가는 복합건축을 뜻한다. 예를 들면 아래층은 상가, 중간층은 사무실, 위층은 주거 공간으로 구성되는 방식이다. 단순히 한 건물이 하나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여러 기능을 한 건물 안에 함께 넣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이동 거리도 줄어들고 생활 반경 자체가 훨씬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카멜레온 건축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간대에 따라 기능이 바뀌는 건축 개념이다.예를 들면 낮에는 정비소였다가 밤에는 술집으로 변하는 공간처럼 말이다. 공간 하나를 시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방식인데, 단순히 공간 활용을 넘어서 도시의 흐름 자체를 유동적으로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이런 설명을 읽으며 떠올랐던 건 대구 서문시장이었다. 낮에는 전통시장이 중심이 되지만 밤이 되면 야시장이 열리며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변한다. 어쩌면 이것 역시 일종의 카멜레온 건축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이런 개념이 아주 새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부분이다. 경희궁 자이나 충정아파트 같은 사례도 언급되는데, 특히 충정아파트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이미 주거와 상업 기능이 함께 존재했던 구조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결국 지금 이야기되는 미래형 도시 개념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이미 존재했던 방식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만 책을 읽으며 현실적인 한계 역시 느껴졌다. 건축적 아이디어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실제 경제 논리와 부동산 구조 속에서 이런 도시 모델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또 다른 문제처럼 다가왔다.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가치와 상업성이 우선되는 구조에서는 이상적인 도시 모델이 현실화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지금과는 다른 도시의 형태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단순한 건축 이야기를 넘어 앞으로 어떤 도시에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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