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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괴테의 문장들 - 200년이 지나도 심장을 뛰게 하는
민유하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괴테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문학가이지만, 그 이름 앞에는 문학가라는 수식어 하나만 붙이기에는 부족한 인물이다. 그는 뛰어난 문학가이자 과학자였고, 행정가였으며, 동시에 화가이기도 했다. 한 인간이 이토록 다양한 영역에서 깊이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지만, 그가 남긴 글들이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과 통찰을 던진다는 점에서 괴테는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리프레시 출판사에서 출간된 <초역, 괴테의 문장들>로, 고전 전문가인 민유하 님이 편역한 작품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독일 작가이기에 그의 원문을 그대로 접할 경우 언어적 장벽뿐만 아니라 시대적 거리감으로 인해 감정과 의미를 온전히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라, 오늘날의 독자가 괴테의 사유와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초역’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민유하 편역가는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언어로 괴테의 문장을 다시 빚어내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책에는 사람이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순간들, 특히 마음이 흔들리고 지치기 쉬운 시점에 곁에 두고 읽기 좋은 문장들이 한데 모여 있다. 자존감, 성취, 관계, 사랑, 고난, 지혜라는 여섯 가지 큰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글들은 삶의 어느 한 국면에 국한되지 않고, 인생 전반을 아우르며 마음을 다독여 준다. 각 문장은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짧기에 더 깊게 마음에 스며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마음을 다스려 주는 책답게, 독자가 필요한 순간에 펼쳐 들고 그때의 감정에 맞는 문장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삶이 힘들 때, 관계에 지쳤을 때, 혹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 이 책은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 준다. 또한 괴테의 문장 아래에는 ‘에디터스 노트’가 함께 실려 있어, 편역자의 해석과 설명을 통해 문장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괴테의 사유를 독자 혼자 해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부드럽게 길을 안내해 주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만난 편역자의 프롤로그는 이 책의 방향성을 단번에 보여주는 듯했다.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문득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때, 인간관계에 지쳐 마음이 메말라 갈 때, 실패가 두려워 첫 발조차 떼지 못할 때 이 책이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라는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며 삶의 방향을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동안 내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 주고 안아주는 듯한 문장들도 여러 개 만날 수 있었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은 “관계를 망치는 범인은 악의가 아니라 오해다”라는 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기준과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여러 글과 경험을 통해 ‘오해’가 얼마나 쉽게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고 있던 터라, 이 문장은 더욱 깊게 다가왔다. 책 속에서도 악의보다 오해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인간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이처럼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괴테의 문장이 여전히 힘을 가지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과 감정이 시대를 초월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고, 좌절하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과거에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괴테의 문장은 여전히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준다. 마음의 평온과 용기를 얻고 싶을 때, 스스로를 다시 붙잡고 싶을 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