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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 - 부의 흐름을 포착하는 풍수의 비밀
김두규 지음 / 해냄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가 풍수와 ‘부(富)’의 관계를 중심으로 기록한 책이다. 풍수는 동양 사회에서 오랫동안 관심과 신뢰를 받아온 사상 중 하나로, 집의 문 방향이나 터의 위치, 길일을 따지는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한편으로는 이를 맹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이 책은 그러한 믿음이 왜 형성되어 왔는지, 그리고 풍수가 실제로 부의 흐름을 읽는 하나의 방식으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차분히 풀어낸다.
저자는 풍수를 단순한 미신이나 운세의 영역으로 치부하기보다, 사람들이 환경과 공간을 해석해온 하나의 지혜이자 경험의 축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부의 흐름을 포착한 사람들과 기업들이 풍수를 통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삼성은 왜 사옥을 팔았을까" 라는 글은 독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삼성은 풍수를 비교적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입지와 건물 배치를 신중하게 고려해 경영 전략을 세워온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서울에서도 전통적으로 돈이 모이고 흐르는 곳으로 여겨지는 강북 종로 일대에 기업들이 밀집한 이유 역시 이러한 풍수적 관점에서 설명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부자 동네’, ‘돈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강남에 대한 해석이다. 저자에 따르면 강남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쓰는 기운이 강한 지역이다. 반면 여의도는 바람이 잘 통하는 지형적 특성 덕분에 방송, 연예, 금융 산업과 잘 어울리는 공간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해석은 익숙한 공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또한 책에서는 그림이나 보석 역시 풍수적 관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투자 수단으로서의 ‘그림 테크’가 아니라, 공간의 기운을 보완하고 집안의 흐름을 좋게 만드는 요소로서 예술품과 장식의 역할을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 깊다.
이처럼 이 책은 풍수를 비과학적인 미신으로 단정하지 않고, 사람이 공간과 환경 속에서 좋은 힘을 얻기 위해 축적해온 지식으로 풀어낸다. 풍수로 인해 흥망성쇠를 겪은 여러 사례들을 읽다 보면, ‘풍수는 과학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오랜 관찰과 해석에서 비롯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더 나아가 풍수를 동양의 고유한 문화로만 여겼던 시각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유럽의 건축에서도 풍수 개념을 수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풍수를 다시 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요즘 관상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박성준 건축가가 떠올랐다. 그가 건축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소 의외였지만, 그의 책과 강연에서 건축과 풍수를 함께 다루는 이유가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공간을 짓는 일과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의 흐름을 읽는 일이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였다.
결국 이 책은 풍수가 왜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풍수를 통해 어떤 부의 흐름과 선택이 가능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풍수를 맹신하라는 책도, 무조건 믿지 말라는 책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환경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는 책으로, 풍수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을 느꼈던 독자에게도 충분히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