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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손수연 옮김 / 저녁달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를 읽고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팬이 되었다. 프랑스 신인 작가로 데뷔해 단숨에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소설가로 자리 잡은 그녀는 이제 열 번째 작품인 "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를 내놓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한 권만 소개되어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 신작 출간으로 다시 한 번 그녀의 서정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글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 엘사와, 글쓰기에 대한 허무함으로 괴로워하는 작가 뱅상이다. 두 사람은 각자 정신과 진료실을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의사의 대답은 거의 없고, 독자는 오롯이 두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엘사와 뱅상의 슬픔을 위트 섞인 말로 풀어내 독자를 웃게 만들고, 각자의 슬픔과 고통을 허심탄회하게 드러낸다. 그러다 진료 대기실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선을 긋던 엘사도 점차 뱅상에게 마음을 열고 거리를 좁혀 간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더 이상 정신과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우울과 상실을 견뎌낸 끝에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전작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와도 닮아 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해주는 결말은 역시 비르지니 그리말디다운 따뜻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