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20대가 지난 나는 이제 끝인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 말은 단순히 20대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오히려 30대, 40대의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20대에 어떤 방향을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아직 미혼이고,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책은 꼭 20대가 아니어도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남인숙 작가의 대표작으로, 20주년 기념판으로 출간되었다. 20대 여성들의 멘토를 자처하며 쓴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이론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제에 맞는 현실적인 사례들을 들어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중국과 대만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동양권 여성들의 보편적인 고민을 잘 짚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첫 장부터 ‘20대에는 속물이 되어라’고 말한다. 속물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속물은 똑똑하고 실속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남을 해치는 속물이 아니라, 자기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다.
운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도 인상 깊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꼭 좋은 팔자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좋은 팔자란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출발점이 바로 20대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으며,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사회에서 건강한 인간관계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외모든 지식이든, 자신을 가꾸고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열쇠가 된다. 더불어 경제관념에 대한 이야기는 깊이 와닿았다. 돈은 잘 쓸 줄 아는 사람이 잘 벌 줄도 안다고 말하며, 경제에 대한 이해는 인생을 더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결혼이 여성에게 반드시 플러스가 되지는 않으며, 때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혼도 신중하고 똑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결혼을 단순히 미루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어떻게 똑똑하게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다.
이처럼 이 책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공감과 조언을 전할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단순한 조언서가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격려를, 20대를 지난 이들에게는 다시 삶의 방향을 점검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