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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그 다음, - 그러니까 괜찮아, 이건 네 인생이야
박성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저자인 박성호 씨는 개포동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세계 창의력올림피아드 한국 대표 출전",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수석 졸업" 등 화려하다 못해 눈부신 스펙을 가진 소위 '엄친아'입니다.
비록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걸어갔다고 하지만, 그 길의 방향 자체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정해준 것이라면 어떨까요? 바로 저자가 그랬습니다. 비단 이는 저자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과거의 저, 아니 어쩌면 지금의 저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자신이 가는 길이 정말 '옳은' 길인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는 박성호 씨.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유발된 큰 심경의 변화로 인해 평소 늘 품고 있던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되면서, 그는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하나하나 모든 상황과 조건을 따지기 보다는 우선 떠나자는 생각으로 많지 않은 돈과 최소한의 물건만을 챙겨서 호주로 떠납니다. 하지만 애초 생각과 달리, 한국을 떠날 당시 상상도 못했던, 6대륙을 모두 밟는 세계 일주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해 악명 높은 바나나 공장을 비롯해 정말 여러 곳에서 일을 하며 침대 매트리스 하나가 전부인 좁고 습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합니다. 마침내 경비를 다 마련하고 필리핀을 시작으로 태국, 브라질 등 전 세계90여 개 도시를 일주합니다. 그렇게 떠난 여행 순간순간의 소회와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생각과 깨달음을, 손수 찍은 사진들과 함께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저자는 20대 중반의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는 나이지만, 치열했던 학창시절만큼이나 많은 고민과 질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자,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써 살아가고자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의 '나'를 찾고자 하는 주인의식과 삶에 대한 열정과 애정, 또 결심을 실행해 옮기는 용기와 실천력이 무엇보다 부럽고 대단하다 느꼈습니다. 이는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진정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성호 씨처럼 거창하게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다른 세상과 다른 삶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할지라도, 자신과 인생의 가치를 찾기 위한 '나만의 작은 여행'을 저도 떠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