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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탐닉 - 미술관에서 나는 새로워질 것이다
박정원 지음 / 소라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책은 크게 명화들을 다섯 장으로 나누어서 싣고 있습니다. 마음, 사람, 삶, 시대, 풍경. 각 그림의 주제에 따라 나눈 듯합니다. 이렇게 다섯 장에 걸쳐서 무려 총 61점의 그림과 함께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장의 마지막마다 '그림을 넓고 깊게 보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주말에 여유가 생기면 전시회를 찾아다보니, 저자가 자기만 알고 있는 비밀공간을 슬쩍 알려주듯이 전시회 밀집지역을 소개해주는 다섯 번째 방법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참고하여 나중에 꼭 다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저는 보통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조형물이나 그림을 감상할 때, 특히 유명한 전시관에 갔을 때는 더욱이, 그곳에 전시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는 오디오 설명기를 웬만하면 챙기는 편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풀어놓은 활자들이 마치 오디오 설명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살아있는 음성이 된 듯했습니다. 저와 가까운 누군가가 명화들이 전시된 공간에서 함께 그림을 감상하며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즐거운 감상 여행이었습니다.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화가의 인생을 모조리 알아야 작품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림 앞에 서면 없던 감동마저 지어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프롤로그 中에서)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했던 부분 중 크게 공감하였던 부분입니다. 미술에 조예가 깊다고 할 수 없는 저의 솔직한 심정을 대변한 문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차마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던 생각입니다. 마치 제 속을 들여다보인 것 같아 흠칫 놀랐답니다.
물론 그 누구도 저렇게 감상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윽박지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런 방식이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늘 저 혼자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앞서 말한 대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에 반갑기도 했습니다.
"예술은 비범한 천재가 만들어 낸 기적적인 무엇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조건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와 똑같은 한 인간이, 어쩌면 평범 이하로 과민하고 나약했을지 모를 개인이 세상에 남길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교신이 아닐까요?" (프롤로그 中에서)
또 한 번 크게 공감했던 구절입니다. 저자의 말 그대로 예술 작품들은 우리와 결코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에 의한 창작물입니다.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고 함께 느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세상인 것입니다. 또한, 저자가 지적한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유명 작가들처럼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삶 속에서 어려움을 겪은 인물들도 많았기에, 그러한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예술이 혼을 불살라 당시 시대를 초월하는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준 그들 덕분에 우리가,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풍요를 얻게 되는구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이 책에 담겨 있는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진심으로 그런 기회와 시간들이 많기를 소망합니다), 저자가 친절히 설명해 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제가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졌던 행복한 시간들은 그 자체로 저에게 또 제 삶에 충분히 큰 의미로 남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여행을 다녀와서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시간들이 우리 삶에 큰 위안과 힘이 되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