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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달콤한 고통 ㅣ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제일 처음 이 책에 끌린 것은 책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이토록 달콤한 고통]. 모순적인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갔고 결국 책을 펴게 되었습니다. 보통 어떤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의 저자나 혹은 관련 작품에 대해 미리 알아보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읽어 갔습니다.
다 읽고 나서야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글도 보고 책 구석구석 살펴보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검색까지 해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여러 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이 예전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1960년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더군요. 즉 요즘 나오는 소설에서 2010년 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전화를 해도 전화교환국을 거친 후에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 즉, 우리가 지금 흔히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알고 있는 증상에 대한 용어가 저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55년 소설인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토록 달콤한 고통]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켈시'는 바로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 증후군의 증상으로 알려진 대로 데이비드는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합니다.
2007년 S씨의 예일대 박사학위와 학력을 위조한 사건과 2014년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되어 더욱 화제가 되었던 6년간 48개 유명 대학교에서 신입생 행세를 했던 사람의 이야기, 2015년 미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 여고생의 자신이 스탠포드와 하버드 대학에 동시 합격했고 양 대학을 각각 2년씩 다니고 원하는 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그들이 제안했다는 거짓 주장 등 우리나라에서도 리플리 증후군의 사례가 그동안 알려진 것만 해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방금 살펴본 대로 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우리가 흔히 '집착', 혹은 '스토킹'이라고 말하는 행동들과는 조금 다르게 행동합니다. 리플리 증후군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욕구가 좌절됨으로 불만족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마음속 허구세계를 진실로 믿음으로써 하게 되는 상습적인 거짓말이 단순한 거짓말로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계나 상황이 심각해지면 결과적으로 타인에게까지 심각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힐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데이비드도 이처럼 리플리 증후군의 가장 안 좋은 영향을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인생까지 무너지고 마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든지 자신의 세계에 갇혀서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믿으며 그들의 언행을 받아들이는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많이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심리스릴러의 거장다운 저자의 뛰어난 표현력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이겠지요. 그녀의 다른 책들도 꼭 만나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