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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될 수 있을까?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마을 17
한유진 지음, 임덕란 그림 / 책고래 / 2017년 7월
평점 :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숲이 될 수 있을까?] 입니다. 사실 제목만 보고는 개발로 인해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되면서 우리 삶의 환경 주변에 '자연'이 많이 사라진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첫 장을 넘기고 보니 엄마와 함께 숲에 놀러간 아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도시에서 쭉 자랐기 때문에 따져보면 숲이나 강 혹은 바다 같은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는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휴가철 주로 여름휴가 때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강이나 바다, 산으로 다니며 접했던 자연이 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속 자연의 전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제가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웰빙'이나 '힐링'이라는 말이 생기고 인기를 끌며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된 덕분에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야외활동이나 가족의 주말 나들이를 통해 그래도 좀 더 많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다시 책 속 이야기로 돌아가면, 엄마와 함께 숲으로 놀러간 아이를 가장 먼저 바람이 마중을 나옵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온 흙냄새도 나온 듯합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흙이 부드럽고 푹신해 보였는지 아이는 맨발로 걷고 싶어 합니다. 아이와 함께 흙길을 걸은 엄마도 아이도 발바닥이 빨개졌습니다. 숲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계속 길을 가던 아이와 엄마는 커다란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한 걸음 물러나 나무를 바라보니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숲도 발견하게 됩니다. 또 발길을 옮기니 아이와 엄마는 예쁜 나무 뼈다귀, 그동안 이 숲에 다녀간 여러 사람들이 정성스레 쌓아놓은 돌탑들을 만납니다. 아이는 그 중 한 돌탑 위에 자그마한 돌을 조심스레 올려놓았습니다. 다음으로는 풀잎과 꽃잎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미들의 멋진 놀이터이자 집인 거미줄을 만났습니다. 문득 아이는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나무를 보고는 나무가 이렇게 자라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기 열매까지, 아이는 숲에서 만난 모든 것이 다 숲이 될 수 있는지 엄마에게 물어봅니다. 그러자 엄마는 나뭇잎 왕관을 머리에 씌워주시며 "여기 있는 모든 게 숲"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이는 그동안 만난 여러 친구들뿐만 아니라 지금 숲에 있는 엄마와 자기도 숲이 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과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여름날 푸르른 숲 속으로 즐거운 나들이를 다녀온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 마치 그들과 함께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싱그러운 풀과 흙냄새를 한 가득 마시듯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