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 - 늠름하고 멋진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동화
볼프 예를브루흐 그림, 오렌 라비 글, 한윤진.우현옥 옮김 / 아이위즈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삽화를 맡은 볼프 에를브루흐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로 유명한 인물이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자극적인 내용 덕에 제목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아무튼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자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용이 깊이가 있고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솔직히 꽤 놀랐다. 분량이야 여느 동화책들과 비슷하지만, 그 내용에서 내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던 것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아무도 몰랐던 곰의 이야기,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곰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가? 그리고 내가 정말 내 자신이 맞는가? 라는 아주 철학적인 질문을 해결하고자 여행을 떠난 곰의 이야기다. 사실 맨 처음 도입부부터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은 분명 곰이지만, 그 시작은 한 마리의 벌레였다. 몸이 가려워 나무에 몸을 벅벅 긁다보니 털이 나고 결국 곰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있는 종이를 발견하고, 그 종이에 쓰인 자기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머니가 달린 곰이라니, 벌레부터 시작이 심상치 않더라니. 아무튼 그 종이에 나는 상냥하고 행복한 곰이라고 쓰여 있다.

 

아름답고 잔뜩 우거진 숲을 지나면서 곰은 들소와 게으르기로 유명한 불도롱뇽, 꽃의 숫자만 생각하는 펭귄, 그리고 택시를 자처하는 거북이까지 많은 숲 속 친구들을 만난다. 그렇게 때로는 혼자, 때로는 다른 동물들과 길을 가면서 길을 잃기도 하고 고생도 하지만, 하나하나 종이에 적힌 자기 자신을 만나고 확인해간다. 곰은 결국 집에 도착하고(하지만 자기 집인 것도 모르더라...) 집 속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눈으로 직접 봄으로써 여정과 함께 이야기도 끝나게 된다.

 

오렌 라비가 쓴 이야기의 내용도 놀랍지만 볼프 에를브루흐의 삽화도 굉장히 독특하고 강렬했다. 심오한 부분이 있는 내용과 특색 넘치는 삽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면, 아주 어린 아이들보다는 꽤 큰 아이들에게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을 밤에 읽었는데 곰의 입이 굉장히 빨갛고 항상 크게 웃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옛날에 많이 떠돌던 특정 괴담이 떠올라 본의 아니게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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