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고양이 바보 급으로 고양이를 아주 아주 좋아하지만 여건상 키우지 못하는 관계로 온라인 상에서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며 그 마음을 달래고 있다. 요즘에는 일부러 고양이 키울 때 힘든 점이나 애로 사항, 월평균 소요 비용 등을 찾아서 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나중에 언젠가는 나도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아니 키우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도 할 겸 관련 정보를 얻고자 함이다. 다음으로는. 내가 정말 애완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저 귀엽고 예쁘기만 해서 보는 재미에 현혹되어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꾸 되묻기 위해서이다.

 

그러던 차에 일본인 그림책 작가인 고이즈미 사요 씨가 고양이 초지로와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을 접하게 되었다(초지로의 쌍둥이(?)라쿠도 있지만 책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 초지로의 이야기가 조금 더 중심을 이룬다.).

 

길진 않은 책이라 저자가 초지로와 보낸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동안 봤음에도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와 같은 심정으로 읽어 나갔다. 초지로와 라쿠가 처음 저자의 집에 왔을 때의 기쁨과 설렘. 10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의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초지로를 보내주던 순간의 아픔과 그 이후의 공허함까지도. 아마도 인간과 고양이라는 종()의 벽과 서로 직접적으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사요 씨와 초지로가 보여준 교감을 나도 같이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덕분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글과 그림으로 된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난 후에는 마치 한 편의 일본 단편 드라마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때 일본 드라마와 영화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그것들은 그것 나름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와 분위기가 담겨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참 좋아했다.

 

정확한 의도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초지로와 라쿠의 실제 사진은 작게 그것도 몇 장 정도만 들어있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이 삽화로 되어있다. 아마 저자가 그림책 작가이다 보니 직접 초지로와 라쿠의 사진을 보고 작업을 해 넣지 않았나 싶다. 문득 그 그림들이 전부 다 사진이었다면 마지막 순간에 더 많이 슬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형식이나 내용의 글들은 요즘 블로그를 포함한 각종 SNS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엮고 거기에 주인이 직접, 사랑을 가득 담아 그린 삽화를 더하니 훨씬 따듯하게 느껴지고 그 여운이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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