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제니퍼 매카트니 지음, 김지혜 옮김 / 동아일보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티브이를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목록 같은 것은 모른다. 티브이나 핸드폰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문학이나 책 관련 분야의 기사를 탐독하는 편도 아니다. 내 무지와 무관심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을 통해서 '정리하기', '버리기', '미니멀리즘' 같은 것들이 대유행을 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리 저런 트렌드를 알았어도 딱히 그 시류를 타서 대청소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저자나 옮긴이와 유사한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향 뿐 아니라 늘 정리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 하겠다. 책 뒤표지에 '우리는 진짜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더 애를 쓴다'는 구절을 보고 책상을 탁 쳤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스스로도 요즘 너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정리와 버리기를 외치고 강요하는 것도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이렇게 깨끗하게 잘 해놓고 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책 저자가 미국인(이름으로 미루어 보건데)이라, 물론 옮긴 분께서 친절히 설명을 다 달아놓으셨지만, 그가 사용하는 유머코드의 바탕이 되는 단어들이 확확 와 닿지 않았던 점은 좀 아쉬웠다. 그렇게 문화의 차이가 조금 있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저자의 독특한 유머 덕분에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은 채 즐겁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사실 이는 유머뿐만 아니라 저자가 서문에서 '이 책은 결코 자기계발서가 아니고 삶의 교훈도 줄 것이 아니다'라고 밝힘으로써, 읽는 이들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출판사 측이 저자의 '어지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챕터별 제목을 글씨체와 두께, 글자배열까지 평소에 전혀 볼 수 없는 난장판 스타일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 진심이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진실인지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또 이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정리정돈을 미덕으로 여기는 환경 속에서 살면서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조금씩 쌓여가던 스트레스나 불만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많이 날려 버릴 수 있었던, 답답한 속을 뻥 뚫어 주는 탄산음료를 마신 듯한 시원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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