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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한 줄 - 선인들의 묘비명을 통해 읽는 삶의 지혜 30
이하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3월
평점 :
아직까지는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해 본 적은 없다. 아주 크게 다쳐서 죽을 뻔했다거나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순간에 상황이 내가 겪은 방향이 아닌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향했다면 내가 과연 지금과 같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순간들은 몇 차례 있었다. 그 순간들마다 그리고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 물질들, 그리고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김질해 왔다. 하지만 인간은 간사하고 망각의 동물인지라, 즉 나도 인간인지라 그러한 귀중한 결심과 감정들을 어느 순간 잊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 한 줄]에서는 동서양의 인물들 중 서른 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생애와 마지막 순간, 묘비명이나 묘비문(文)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방금 썼듯이 분명 서른 명의 인물의 '묘비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고인(故人)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이미 자신의 묘비문을 밝힌 사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자신의 묘비문을 사전에 밝혔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굳이 이렇게 묘비에 쓰는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즉 마지막에 한 마디 나에 대해 남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일찍 살아가면서 중간 중간 내 삶과 생활에 대해, 인생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그로인해 앞으로의 시간들을 생각해보고 그려볼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나은 인생을 영위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해 옮기기는 참 어려운 이치를 떠올려 보았다.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거나 배우기 위해서는 보통 그들의 일생이나 업적에 관해 찾아보고 그것을 반추(反芻)해 본다. 내가 생각한 것도 딱 그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미처 이런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선인(先人)들의 묘비명 혹은 묘비문과 관련된 그들의 일화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듣다 보니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의외로 참 좋았다. 저자의 발상의 전환 덕분에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