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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두르고 있던 띠지에 “도요타 사태를 예견한 화제작!”이라는 말이 붉은 색으로 두껍게 쓰여 있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의 끝부분에 담긴 [옮긴이의 글]을 보면 책의 내용은 2002년 <미쓰비시 자동차>의 대형 트럭 타이어 분리에 의한 사상 사건과 리콜 은폐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처럼 2002년 미쓰비시 대형 트럭 사건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올해 초에 있었던 ‘도요타 리콜 사태’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사고의 피해자인 ‘유기 마사후미’. 그의 아내 ‘유기 다에코’에 대한 남편 유기의 추도문을 담은 프롤로그로 책은 시작한다. 세타가야 구에 위치한 크진 않지만 나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운송업체 <아카마쓰 운송>. 이야기는 이 아카마쓰 운송의 한 트레일러가 운행 중 타이어가 빠지면서 일으킨 사고의 발생과 함께 시작한다. 이 날아간 타이어는 근처 길을 지나던 삼십 대 초반의 한 여인, 유기 다에코를 치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된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이고 한 집안의 안 사람이었다. 이렇듯 소중한 인명의 손실을 발생시킨 사고는 중대사고로 사회의 관심을 갖게 된다. 사고를 일으킨 트레일러는 <호프 자동차>의 ‘뷰티풀 드리머’. 그 커다란 트레일러는 자신의 이름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던 사람들을, 그들의 꿈을, 그들의 가슴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호프 자동차는 일본 내 굴지의 기업 <호프 그룹>의 여러 계열사 중 하나로 가장 중추가 되는 <호프 중공>에서 독립한, 자동차 시장에서 나름 그 입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이 안타까운 사고의 원인에 대해 호프 자동차는 아카마쓰 운송의 ‘정비 불량’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 놓는다. 아카마쓰 운송의 사장 아카마쓰 도쿠로는 처음에는 호프 자동차의 조사 결과를 당연히 신뢰하고 자회사 정비과의 젊은 직원인 ‘가도타’를 의심하지만, 그의 성실한 작업(정비) 일지를 확인하게 되면서 결코 사고의 원인이 자회사의 정비 불량이 아님을 확신한다. 하지만 처음의 자신이 그랬듯 사회와 사람들은 대기업 호프의 조사 결과에는 추호의 의심을 품지 않고 아카마쓰 운송을 ‘용의자’취급 하기에 이르고, 결국 아카마쓰는 호프 자동차와의, 나중에는 대기업 호프와의 대결로 커지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 외롭고 힘든 투쟁 중에 아카마쓰와 그의 회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들을 아카마쓰 사장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등장인물들의 눈 즉 다양한 각도를 통해서 보여준다. 모두 서로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개개인의 판단의 기준, 가치가 다르다 보니 이상적 혹은 현실적으로 때로는 지나치게 비인간적으로 고뇌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온갖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여러 인물들의 시각에서 글을 전개한 덕분에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아카마쓰 사장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시각에서,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할 수 있었다. ‘나라면 이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혹은 ‘나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같은 질문들 말이다.
지금까지 봤던 소설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마 무거운 소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서 아니면 ‘경제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접한 덕분에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것 외에도 다른 것이 있는 것 같다. 저자 ‘이케이도 준’의 글의 무게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소설이지만 내 주변 사람들, 그들의 다양한 모습과 그들이 지니는 소중함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스스로에 대해, 스스로의 ‘인간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