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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빠이 여행자 마을
이민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 Lonely Planet>에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당당히 소개되어 있는 곳. 빠이 Pai.(2009년 2월 17일 개정된 내용으로, 2011년에는 또 어떤 표현으로 소개가 될지 기대가 된다.) 비록 초기지만 나 같이 ‘여행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가슴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곳, 죽기 전에 반드시 가야 할 타이의 숨어 있는 여행지, 그곳이 바로 빠이다. 이 책 《굿빠이 여행자 마을》은 전직 카피라이터 이민우씨가 타이의 북부 산간마을 ‘빠이’에 다녀온 후 펴낸 여행 에세이다. 해 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노란 띠지를 벗겨내고 나니 하얗고 심플한 디자인의 책이 드러난다. 새하얀 바탕에 검은색으로 깔끔하게 적어놓은 글씨들. 책의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저자가 빠이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들, 그리고 느꼈던 감정과 마음들을 고스란히 책에 풀어 놓았다. 전체적인 구성은, 책을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여행자’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각 장의 테마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장마다 넣어 놓은 식이다. 자신도 같은 여행자로서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인터뷰를 통해, 빠이에서 지내며 만났던 빠이 현지인들, 여행자들의 마음 속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아놓은 것이 참 좋다. 지금까지 봤던 여행 에세이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인터뷰를 통해서 그 사람들이 했던 말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기 전부터 책의 띠지와 표지에 쓰여 있는 수많은 말들 때문에 ‘빠이’라는 곳의 그 신비한 힘이 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그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사람마다 취향이 모두 다를 텐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인정하고, 추천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물론 책 속의 이야기를 통해 이 말들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내가 가서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간접경험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긴 힘들 것 같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다는 것에 분명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책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다른 매체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인데, 그럴 때마다 간접경험에 그치지 않고 나도 책속 사람들처럼 내 눈으로, 귀로, 입으로, 마음으로, 직접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렇듯 여행 에세이를 볼 때마다 가보고 싶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나를 흔들어 놓아서 가끔은 ‘자제하고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여행의 달콤함을 알아버린 뒤로는, 그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속에 등장하는 장소에, 실존하는 곳이든 그렇지 않든,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도 여행 중 여행에세이를 읽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이번 여름휴가 때 여행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이제는 거의 확신하게 된 생각인데, ‘여행 중에 가장 읽기 좋고, 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은 바로 여행 에세이다.’라는 것이다.
책 속에는 저자가 여행하면서 담아온 사진이 무수히, 정말 많이 들어있다. 일부는 단박에 이게 무엇이고 누구의 모습인지 알 수 있지만, 나머지는 추측만 할뿐 그 정체를 명확히 할 수 없다. ‘사진에 간단하게 코멘트를 달아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잠깐 들었지만, 반대로 그런 덕분에 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그걸 꺼야, 저걸 꺼야 하는 식으로. 처음에는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답답한 마음에 아쉬움이 더 컸지만, 점점 읽어갈 수록 불확실하지만 상상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더 좋아졌다. ‘여행자들의 성지聖地’ 빠이를, 비록 책 속이지만, 저자와 함께 여행하고, 빠이 사람들과 세계의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빠이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언젠가 빠이의 매력을 온전히 알게 되는 순간이 오기를, 죽기 전에 반드시 그곳에 가서 그 곳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