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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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수씨의 이름은 그 동안 자주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처음으로 이외수씨의 작품을 접한 것은 거의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2007년 무덥던 여름이었다. 입대한지 1년 반 정도 되어 군 생활도 절반 넘게 지나갔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에는 부대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빌려 읽는 것을 일종의 낙으로 삼으며 지냈다. 물론 그 때도 이외수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름만 듣고 작품은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에, 독특하고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그의 작품에 대해서 어떤 동경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이름으로 쓰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괴물>이었다. 총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었는데, 역시 기대했던 만큼 재밌으면서도 남들과는 차별되는 그 만의 이야기였다. 읽던 당시도 <괴물>이 나온 뒤 5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특별히 제대로 챙겨보았다고는 결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2010년, 드디어 그의 신작을 통해 다시 한 번 이외수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불류 시불류>, 한자로 옮기면 ‘我不流 時不流’가 된다.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한자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저런 의미라는 것은 잘 알겠지만, 정작 저 문장 속에 작가가 담아놓은 진정한 뜻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추측컨대 ‘흐르는 시간은 절대 잡을 수 없으니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멍하니 있지 말고 내 스스로 행동하면서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나도 함께 물처럼 흘러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아, 아직 모르겠다. 
 


  제목 앞에 ‘이외수의 비상법’이라는 조그만 타이틀이 하나 더 붙어있다. 찾아보니 ‘~법 시리즈’는 ‘소통법’, ‘생존법’, ‘소생법’에 이어 이번 ‘비상법’이 네 번째 작품이었다. 그 전에 이름을 들었던 <하악하악>은 ‘이외수의 생존법’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이 ‘~법 시리즈’는 이외수씨의 시와 에세이들을 모아놓은 책들로 이번 <아불류 시불류>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그 만의 시리즈물인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접해보는 이외수씨의 작품이었기에 마치 그의 글을 처음 접하는 듯한 느낌도 문득 들었다. 하지만 역시 나도, 그의 작품을 이제 겨우 두 번째로 보는 것이지만, ‘외수 마니아’중의 한 명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작품을 ‘전작주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데뷔한지 어느덧 35년이 훌쩍 넘어선 그 답게 작품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하나하나 모두 찾아서 읽고 싶다. 
 


  <아불류 시불류>는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칩거하면서 적어놓은 그의 생각들을 모아서 정리한 에세이집으로,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속에는 총 323가지 이외수씨의 생각들이 화가 정태련씨의 세밀화와 함께 담겨있다. ‘역시 이외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또 이외수씨의 이런 탁월한 문장들과 함께 정태련씨의, 사진을 보는 듯 정밀하게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이 우리의 감성을 마구마구 자극한다. 이외수씨의 다른 책들에도 그의 그림들이 담겨있다는데, 그 책들에서는 이 책처럼, 또 얼마나 글과 그림의 눈부신 조화를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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