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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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후의 역사학자 ‘사마천’과 그의 저서 <<사기(史記)>>. ‘2000년도 훨씬 넘은 고대 중국역사 이야기를 통해 꿈 많고 열정으로 가득한 20대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다.’는 모티브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어렸을 적(어렴풋이 추측하기로는 아마 초등학교 시절과 중학교 시절일 것이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정말 책이 닳을 정도로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봐도봐도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수도 없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수호지>와 우리나라 소설가 ‘이문열’ 씨의 <삼국지>까지 접했다. 그 당시에 그렇게 역사를 좋아라 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달달 암기를 해야만 하는 교과목으로 인식을 해버린 탓인지 예전만큼은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의 습관들 덕분에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를 만나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삼국지>는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도 막상 사마천의 <<사기>>는,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기회가 아주 좋은 기회처럼 여겨졌고 신나게 술술 읽어 내려갔다. 오랜만에 찾은 재미 덕분인지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읽는 속도가 느린 나로서는 책의 분량이 읽고자 하는 책을 선택하는데 제법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는 춘추, 전국시대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백이’와 ‘숙제’부터 ‘공자’, ‘오자서’, ‘사마천’, ‘관중’, ‘동방삭’, ‘손빈’, ‘의돈’에 이르기까지 삼십여 명의 인물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마천의 <<사기>>의 백미인 <사기열전>처럼 이 책도 열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기열전>은 ‘유협열전’에서는 협객을, ‘혹리열전’에서는 가혹한 관리를, ‘화식열전’에서는 부자들을 다루는 등 영웅이나 성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어서 이름만 알고 있던 인물들의 일화를 접하고, 그에 관련되어 파생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우리가 일상에서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고사 성어까지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이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4장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4장의 제목은 ‘타인의 마음 다루기’인데, 상대방의 심리를 다루는 소재다 보니 당대의 뛰어난 재상들의 지략과 모략대결이 내용의 주를 이루었다. 덕분에 그들의 두뇌싸움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그들의 노력으로 빛을 발하는 그들의 능력을 읽고 있자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읽으면서 오래 기억에 남았던 몇몇 인물들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서로 이해하고 믿고 정답게 지내는 깊은 우정의 사자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들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는 정말 인상 깊었다. 포숙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관중을 끝까지 신뢰했고, 관중 또한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포숙이다’라며 그의 믿음에 화답했다. 제나라 ‘환공’을 도와 천하의 패업을 이룩한 관중, 그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재상으로 꼽힌다. 그가 죽으면서 반드시 이 네 명을 조정에서 추방할 것을 진언했다. 그 네 명은 ‘역아’, ‘수조’, ‘당무’, ‘개방’이었다. 궁궐 요리사였던 역아는 출세욕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아들을 삶아 환공에게 바쳤으니,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군주를 사랑하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내궁의 일을 맡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거세한 수조, 모름지기 사람은 자신의 몸을 아끼는데 자신의 몸도 아끼지 않는 자가 어찌 주공 아끼겠냐는 것이 관중의 말이었다. 당무는 환공의 피부병을 고쳐 총애를 받은 의관인데, 특별한 이유는 언급되고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개방은 위나라 공자이면서 제나라에서 15년 동안이나 관직을 하고 있었던 자였다. 뛰어난 행정 처리능력으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15년 동안 한 번도 부모를 찾아가지 않으니 부모도 돌보지 않는 자가 어찌 주공을 끝까지 돌볼까하는 마음에 관중이 쫓아낼 것을 주장했던 것이다. 관중의 죽음 이후, 환공은 이들을 국외로 추방시켰다. 하지만, 늙고 병든 환공은 관중이 당부했던 말도 잊고 결국 그들을 다시 조정으로 불러들이게 된다. 관중의 걱정대로 이들에 의해 환공을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된다.


  춘추전국시대 700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재상들이 활약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재상으로 꼽히는 이가 있다. 바로 합리적인 정치력을 발휘한 천재 재상 ‘안평중’. <안자춘추>를 후세에 남기기도 한 그는, 왜소한 체구에도 뛰어난 능력과 지략으로 제나라의 명재상이 되었고 3명의 제후를 모셨다. 그가 남긴 “임금이 누가되든 상관없고, 오로지 백성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말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정말 요즘 우리나라에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어떤 일의 시작을 의미하는 ‘효시(嚆矢)’와 눈에 띄는 경치의 특색이라는 의미의 ‘경관(景觀)’의 유래, 우리나라에서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유명한 ‘동방삭’의 괴이하고도 기묘한 특출하고도 신묘한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해 옮긴 <손빈병법>의 저서 손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동문수학했으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사제를 배신한 ‘방연’에게 앉은뱅이가 되어서도 복수에 성공하는 손빈의 모습에 가슴 뻥뚫리는 통쾌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동양의학의 신’이라 불리는 ‘편작’도 기억에 남는다. 중국 역사상 의성(醫聖)으로 불린 인물로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화타’만 알고 있었는데 편작도 화타못지 않게 대단한 인물이었다. 죽은 괵나라 태자를 살린 유명한 전설을 남기고, 부인과, 안과, 소아과, 노인과, 피부과 등 전문 병원을 열어 한방 의학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그는 진정 의성이라 불릴 만 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기열전>과 같이 열전의 형식을 취한 덕분에 편하고, 부담 없이, 재미있게 책을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이야기 마지막마다 ‘사기 상식 열전’이라는 조그마한 코너를 마련하여 인물이나 당시 상황 혹은 기타 사항들에 관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20대, 길을 묻다’라는 제목에 맞추기 위함인지 인물에 관한 이야기 후, 그저 마지막에 간략하게 몇 줄로 이어놓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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