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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품 오두막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
멕 로소프 지음, 박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서 소설을 잘 접하지 않다보니, 어느 순간 소설을 막 읽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나를 사로잡았다. 원래 소설도 주로 일본소설을 많이 읽고, 가끔씩 사이사이에 우리나라 소설을 읽었었다. 그러던 중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영미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바다거품 오두막>이다. 유럽권 작가라고 해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도만 알고 지냈었기에, 데뷔작이 미국, 영국, 독일에서 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등장한 '멕 로소프'라는 이 여류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것.
아무래도 문고본이다보니 가벼워서 들고다니며 틈틈이 읽기 좋았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한 책은 역시 튼튼한 문고본을 장만하는게 보통이지만, 학교를 오가며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서 읽기위해서는 문고본만큼 좋은게 없는것 같다.
<바다거품 이야기>의 화자는 다름 아닌 100살의 나이를 자랑하는 고령의 할어버지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금은 21세기 중반. 80여년 전 열여섯 살, 화자가 사랑을 발견했던, 1962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첫 번째 다니던 학교에서는 퇴학 두 번째 학교에서는 제적을 당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주인공. 이번에는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하겠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성 오스왈드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예전의 영향인지 성 오스왈드 학교에서도 학교생활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체육 선생님인 '심신 조련의 신봉자' 파크하우스는 매일같이 학생들에게 크리켓과 럭비 훈련을 시킨다. 날씨가 좋지 않아 실제로 경기를 못하는 날이면 질척거리는 시골 길을 오래도록 달려야만 하는 운명의 성 오스왈드 학생들. 그러던 9월의 어느 날, 짙은 녹색의 바다가 누워 있는 습지 너머 낮은 밀물 덕분에 해변과 스틸리 사이에 기다랗게 펼쳐진 모래톱 주변에 거의 무녀져 내리고 있는 버려진 어부들의 오두막이 몇 채 있었다. 그 지점을 돌 쯤, 주인공은 아킬레스건에 갑작스런 통증을 느껴 쉬고 싶은 마음에 첫 번째 오두막을 이용해 몸을 숨긴다. 그 날, 자신을 '핀'이라고 소개하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이 만남으로 인해, 주인공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하게 된다. 주인공은 첫 눈에 그에게 빠져버리게 되고. 그의 환상적인 외모와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거의 동경하는 수준까지 이른다. 학교는 그에게 더 이상 커다란 의미를 주지 못하고 모든 것을 '핀'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 '핀'을 만나고 싶어하고, '핀'에대해 생각하고, '핀'을 공부하면서 그에대한 애정을 키워간다. 사순절과 여름 학기 사이의 휴가 기간. 학생 관리를 담당하는 모그 사감과 부모님의 편지를 위조해 중간에서 모두를 속이고 '핀'과의 꿈꾸던 2주간의 요새탐사 여행을 떠난다.
여행 후 주인공을 둘러싼 해괴한 소문과, '핀'의 질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화자.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대한 태풍까지 오면서 주인공의 비밀스런 일탈생활?!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 뒤에 밝혀지는 또 하나의 사실은 전혀 예상조차 못하고 있었기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었던 성장소설이었다.
열 여섯.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폭풍과도 같이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 <바다거품 오두막>. 가끔씩 접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너무 다르다는 인식을 내 의식의 깊은 곳에 깔고 작품을 접해서 인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와 닿지 않는 그들만의 정서나 배경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한번도 유럽이나 영미쪽으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청소년이던 시절, 청소년 소설을 접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청소년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멕 로소프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