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3
이은희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워낙 미국드라마 즉, '미드'를 좋아라한다. 그렇다고 여러 작품을 두루 섭렵하는 것은 또 아니다. 미드뿐만 아니라 일드(일본드라마)도 즐겨본다. 취미에 미드나 일드 보기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기호 덕분에 책 제목을 보고 '재밌겠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즐겨봤던 미드라고 해봤자 <FRIENDS>정도로, 과학 드라마는 <CSI>나 <24>를 가끔씩 봤었다. 과학수사를 바탕으로 범인들을 잡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치밀하고 전문적인 스토리전개가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지만, 이상할 만큼 별로 흥미를 막 느끼지 못했었다. 아마도 나의 '과학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책을 통해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발간했고, 다양한 매체와 인터넷 카페에서 칼럼니스트이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 '이은희'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미드와 과학이야기를 접목시킨 이야기 때문인지, 아니면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뭔가 친절하고 상냥한 문체 때문인지 이은희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 보고 싶어졌다. 문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과학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인 '딱딱함'을 이 책에서는 그나마 조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도 이은희 작가님의 이야기하는 듯 한 부드러운 문체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다'로만 끝나지 않고 '~요', '~죠'로 끝나는 문장들이 뒤섞여 있어서 오히려 통일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점이 읽는데 톡톡 튀는 느낌을 주고, 덕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제목도 그렇고, 표지에 있는 무수한 사진들까지 미드 이야기가 아주 많이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미드를 소개하거나 하는 책이 아닐뿐더러, '지루한 과학에서 신나게 탈출하기 프로젝트'라는 글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나처럼 과학과 별로 친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미드이야기를 함께 엮어 놓은 책이기 때문인 듯하다. 미드는 어디까지나 과학이라는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한 이야기에 쉽고 편하고 재미있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인 것이다.

  책 속에는 총 열 세 편의 미국드라마가 등장한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과학 수사 드라마는 별로 잘 보지 않았던 지라,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품도 꽤 있었다. 미국 드라마는 여러 시즌씩 작품을 만드는 형식이 주류인 듯하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드라마라도 시즌별로 에피소드들이 다양하다. 그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 몇 편을 골라 앞에서 간단히 소개, 요약을 한다. 그리고 뒤에 에피소드에서 나왔던 과학 관련 이야기들을 죽 풀어가는 형식이다. 풀어가는 이야기에서는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간다. 그리고 중심소재가 되는 것 말고도, 그 중심소재와 관련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이나 그 외 부가적인 사항들도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Season1 '인체의 미스터리를 밝혀라!'의 10번째 이야기인 '사랑받지 못한 유년 시절이 흉악범을 만든다?'이다. 에피소드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1945년 오스트리아의 수용 시설에서 아이들에게 했었던 연구이야기, 사랑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는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는 미국드라마 에피소드들과 과학 이야기들을 연계해서 좀 더 친근하고 밀접하게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참 고마운 책이다.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죽 나열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그와 관련한 저자의 생각들도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드라마에 등장한 에피소드들 이지만 얼마든지 우리 현실에서도 지금 혹은 미래에 일어 날 수 있는, 생활과 관련된 과학적 사실에 관해 사색할 시간을 주고 우리만의 주관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 점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