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 - 네팔의 어린 노동자들을 찾아 떠난 여행
신명직 지음 / 고즈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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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동아시아, 아동노동, 공생무역. 모두 다 내게는 아주 낯선 단어들이었다. 타칭은 물론 자칭으로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기는 부끄러운 수준인 나이기에 아직 책을 고르는 폭이 좁은 편이다. 주로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다. 요즘 들어서야 전공과 관련된,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제서적과 에세이를 조금씩 접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결코 신선하다는 말이 풍기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평소 읽고 싶어 하는 책 위주의 독서만 하고, 뉴스나 신문을 잘 접하지 않는데다가 혹시나 접한다고 해도 찾기 힘든 현실감 때문에 외면해 왔었던 부분도 있었다.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그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는 말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 속에 담겨있는 글과 사진들이 머릿속과 가슴속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산골마을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다른 나라로 끊임없이 생활의 터전을 옮기는 네팔의 아이들. 돈을 벌기 위해, 보다 나은 삶과 생활을 위해, 그리고 빈곤과의 끝이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난 얼마나 축복받고 행복한 사람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만 한 나이에 태어난 고향과 집, 그리고 가족들을 떠나 도시로 국경건너로 자꾸만 멀어져가고 있었다.

 

  네팔 아동 노동의 현실을 며칠간으로 다 담아올 수는 없었겠지만,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그 아이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말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아픔을 단지 사진과 글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느끼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슴 가득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 속 아이들의 웃음을 보면서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잘 웃으며, 그 웃음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시고 해맑다는 것……. 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거기에 웃음이 아름다운 사람일수록 그 뒤에 감춰진 아픔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근거 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위에도 언급을 했었지만, '아동노동'과 함께 '공생무역'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네이버에서도 검색을 해봤지만 '공정무역'까지만 찾을 수 있을 뿐이었다. 공생무역은 아직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나보다. 하지만 공정무역과 비슷한 개념으로써 공생이란 단어의 의미를 무역에 적용시킨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생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양쪽이 모두 이익을 얻는 경우부터 양쪽이 모두 손해를 보는 경우까지 다양한 종류의 공생이 있다고 하는데,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생무역은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무역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공정무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이 공생무역이 동아시아의 이주라는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저자는 믿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환경, 현실에 대한 감사와 감사하는 만큼의 반성과, 반성하는 만큼의 노력과 다짐의 필요성을 느꼈다. 네팔의 아동노동과 동아시아의 이주라는 문제의 현실을 알려주려고 한 것 뿐만 아니라 나 같은 독자의 반성과 각성을 유발하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좀 더 저자와 같은 뜻있는 사람들의 도움과 참여를 원했을 것은 물론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무언가 가슴속에서 뭉클 하는 것이 느껴졌다. 저자를 비롯해서 저자가 네팔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 베풂과 봉사, 그리고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들의 맑고 깨끗한 마음과 영혼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나 만을 생각했고 감사할 줄 모르는 시간들을 보냈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를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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