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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번인.생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녹색문고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인생에 관련된 책을 몇 권 소장하고는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읽다가 중도에 그만두었거나, 아직 시작도 안 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쉽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가볍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뭐랄까, 읽는 동안 부담이 없었다고나 할까. 사실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고, 덕분에 책에 관한 조예도 깊지 못한 관계로 우선 책을 읽기전에 책의 분량이라는 것에 어느정도 읽기전 마음상태가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이 책을 마음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 있는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였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느낄 수도 있는 제목이나 예상되는 내용에서 오는 무게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듯이 책의 내용을 글을 최대한 줄이고 그림도 많이 배치해서 읽는 동안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보통의 인생과 관련된 책들에 관한 편견을 깨뜨려준 책이다. 일반적으로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이면 인생의 의미를 조명해 보고, 그것을 찾는 것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바람직한 인생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대체적으로 짜여진 틀이라고 해야 할까, 정해진 레퍼토리라고 해야 할까. 그런것이 존재해왔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인생에 관련된 내용이 담긴 책은 많이 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고정관념을 가지고 얘기하는것은 어찌보면 아주 위험한 일이고, 무책임한 일일수도 있다. 이런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만큼 이 책이 나에게 준 느낌이 남달랐다는 말을 하고 싶은 생각에 섣부른 짐작과 견해를 내 놓은 것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내가 짧은 소견으로나마 갖고 있던 인생 혹은 인생관에 대한 책 중에서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은 처음 접한 듯 하다. 가끔은 내가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힘들정도로 비관적이거나 비꼬아놓은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도 있을정도로 현실적이다. 아, 이제 조금 더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왔던 인생이야기 책이 추상적이로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었다면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주인공이자 우리를 대변하는 '평범씨'가 태어나고 죽을때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평범씨가 누군가와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전개가 된다. 책에 전반적으로 널리 펼쳐져 있는 우리가 일생동안 소비하거나 사용하거나 하는 재화나 물질에 관한, 우리에 관한 수치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평생동안 자는 수면시간, 먹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그리고 누구와 이야기하는 시간 등은 예전에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듯도하다. 하지만 그 외에 한명의 '내'가 탄생하게 되는 확률, 일생동안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 쓰는 물 등은 처음 접하는 사실이라 신선한 흥미를 주었다.
<딱한번인.생>은 우리에게 인생에 관해,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하고 턱 답을 주기보다는, 이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도 생각해 보기를 원하는 듯 하다.
p13
엉엉 울면서 생을 시작하는 동물은 사람뿐이에요.
사람들은 위로받고 싶은 거예요.
p51
믿음은 사람의 본능이 된 건가 봐요.
사랑에 빠진 사람끼린 뭐든 이해하려고 들잖아요? 신도 이해해서 믿는게 아니라, 먼저 믿어야 이해되는 거거든요.
p91
기억은 사진처럼 저장된 게 아니라, 떠오를 때마다 다시 조립되는 건가 봐요.
p98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은 변해요. 기억이 달라질 테니까요.
노력하면 사람은 변해요. 기억이 달라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