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_ [나를 죽이지 않는 법] - 클랜시 마틴 지음, 서진희, 허원 옮김

나를 죽이지 않는 법 - 무엇이 죽고 싶게 만들고, 무엇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가
클랜시 마틴 지음, 서진희.허원 옮김 / 브.레드(b.read) / 2025년 4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본 책은 단순한 자살 예방 혹은 금지 등의 메시지를 넘어 죽음을 생각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사유와 인간적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열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지금 살아 있어 기쁘다'라고 말하는 지은이의 고백이야말로 본 책을 통해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스스로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갔던 그는 자살을 단지 피해야 할 금기로 다루지 않고 그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고통과 이유, 심리의 그늘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에 더해 자살로 세상을 떠난 예술계 종사자들, 자살 충동을 기록한 작가들, 자살을 사유한 철학자들 등 여러 인물을 호출하며 자살이라는 주제를 치열하게 파고듭니다. 그러면서 그가 취하는,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되짚고 반문하는, 자기비판적 태도는 읽는 이가 함께 고민하고 사유할 수 있게 하며 읽는 내내 그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지은이가 자살을 단념시키기 위한 직접적 설득보다는 자살을 욕망하는 마음 자체에 귀 기울이는 대화와 공감을 제안한다는 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침묵과 회피가 오히려 자살 충동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자살에 대해 말하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날씨가 그러하듯,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본 책은 자살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되 삶의 아름다움,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 등을 놓지 않습니다. 지은이는 죽음을 말하면서도 삶을 지지합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말합니다.

내면에서 우러난 언어로 '왜 죽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그 이해의 간극을 줄이려는 절절한 시도가 담긴 본 책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말하는 분들과 그런 분들을 곁에서 바라보는 분들에게 감히, 조심스레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