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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미카즈키 호텔 소속의 호텔리어 '쓰즈키 지카'. 그에게는 유독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냥 잠시 서성였는데 길을 잃어버렸냐느니, 아니면 어디를 찾고 있냐느니 물어오는 사람. 반대로 화장실이 어딘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는 길이나 방법을 묻는 사람. 어렸을 때부터 시작돼 어른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네요. 즉, 순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을 가진 것 같습니다.
본 책은 그런 그와 필경사 '도다 가오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낯선 단어가 눈에 띕니다. "필경사". 이는 행사 초대장 봉투에 붓글씨로 받는 이의 이름, 주소 등을 작성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봉투에 멋있는 글씨체로 깔끔하게 인쇄할 수 있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보내는 이의 진심을 담기 위한 방법으로 이렇게 진행한다고 하네요.
미카즈키 호텔에는 연회장이 하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셰프가 이끄는 요리팀의 맛난 요리가 입소문을 타고 퍼진 덕분에, 연회장에서는 기업의 여러 행사, 각종 파티, 결혼식 피로연 등 다양한 행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다만, 하나뿐인 연회장이라 전속 필경사가 상주할 정도로 일이 많지는 않기에, 몇몇 서예가를 필경사로 등록해두고 이중 고객이 선택하는 사람에게 일을 의뢰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 필경사 중 한 사람이 바로 도다 가오루입니다.
한 고객의 요청으로 일을 맡기기 위해 도다의 서예 교실을 찾아가게 된 쓰즈키. 마침 진행 중이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실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그동안 가져왔던 서예 교실에 대한 이미지와 조금 다르네요. 소위 '괴짜'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도다의 언행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쓰즈키. 하지만 처음 방문한 날부터 정말 의도치 않게 '편지 대필'이라는 일에 얽히게 되면서, 첫인상과 달리 도다에게 조금씩 인간적으로 끌리게 되죠.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쓰즈키가 도다의 서예 교실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다른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둘은 우정을 쌓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예 교실이 아닌 밖에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헌책방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도다는 갑자기 '미카즈키 호텔 필경사 등록 취소'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오는데...
자주 읽는 편은 아니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접한 '소설'인데, 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중간중간 웃으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쓰즈키와 도다, 두 사람의 관계, 우정을 통해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의 삶, 인간관계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