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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지은이를 알게 된 것은 저명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본 책의 지은이 외에도 여러 법의학자분들이 출연합니다. 사건 속 죽음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분석한 의견을 전하는 그분들의 모습이 참 멋있었습니다. 만약 학생이었다면 제 꿈을 바꾸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지은이 책이 출간됐다는 말을 듣고 꼭 읽고 싶다 생각했지만, 돌고 돌아 이제서야 읽게 됐습니다. 본 책 때문에 "서가명강"에 대해서도 알게 됐는데, 다른 서가명강 책을 먼저 읽고 본 책은 이제야 접하는, 조금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군요. 그래도 그토록 읽고 싶던 책이라 기대와 기쁨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본 책은 집필 당시 지은이가 진행 중이던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강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역시 집필 당시 기준 15년 넘게 쌓아온 법의학자로서 경험과 고민에 대해 전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은이도 밝히고 있듯, 죽음에 관한 너무 학문적인 내용은 가급적 줄이고, 법의학자라는 자신의 직업적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법의학자가 하는 일, 죽음에 대한 법의학적 정의, 세상의 관심을 모았던 죽음의 부검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전해주어 법의학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정의, 죽음의 의미, 그리고 그 원인과 형태'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죽음을 앞둔 인간의 사고, 죽음을 준비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읽는 이 역시 죽음을 미리 생각해 보고 준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지은이의 마음을 전합니다. 강의를 책으로 만든 만큼, 이처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지은이가 본 책을 집필할 당시 국내에는 법의학자가 단 40명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법의학 학회나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함께 이동할 일이 있더라도, 그분들은 절대 하나의 버스에 다 같이 탑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모두 사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죠. 이런 '농담이 담긴 진담'이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 법의학자분들이 더 많아지고, 연구 환경이나 관련 장비 등 처우도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는 것만 생각하고,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물론 하루하루가 치열하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삶만큼이나 중요한 죽음에 대해서도 이제는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지은이가 우리에게 꼭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것, 바로 죽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