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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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이 미야코 씨의 이야기입니다. 시부모님이 아들을 위해 사둔 땅. 그 위에 남편 히로시 씨가 몇 년 전 집을 지었습니다. 미야코 씨와 히로시 씨는 그 집에 살고 있습니다. 집이 경사면, 즉 언덕 위에 있다 보니 높은 벽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데, 이를 두고 건축 당시 동네 사람들이 마치 군함 같다며 비꼬기도 했죠. 비록 미야코 씨는 이를 모릅니다만.


미야코 씨는 둘만의, 하지만 넓은 그 집을 부지런히 관리합니다.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틈 나는 대로 청소를 합니다. 다만, 마당이 없다는 것이 그 쾌적한 집의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마치 그런 아쉬움을 달래듯 미야코 씨는 화분을 아주 많이 두고 부지런히 물을 줍니다. 저녁에는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 히로시 씨가 퇴근할 무렵에 맞춰 식사를 준비합니다. 겉보기엔 완벽한 가정처럼 보입니다. 히로시 씨는 분명 능력 있는 사람이었지만, 아내 미야코 씨와의 소통에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대로 들었던 것이죠. 그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미처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지 못하던 미야코 씨에게 다가온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인 존스 씨였습니다.


몇 곳의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존스 씨. 토목기사였던 아버지 덕에 여러 나라에서 살았습니다. 대학은 출생지였던 보스턴에서 다녔고, 그맘때 첫 결혼을 했습니다. 그의 전처는 매력적인 사람이었지만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고, 뉴욕으로 옮겨가 온갖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한 달이나 그 이상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로 배낭여행을 다니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뉴욕에 놀러 온 텍사스 한 자산가의 딸인 린다 씨와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됩니다. 장인어른이 소유한 한 신문사에서 일하게 된 그. 아들과 딸도 태어났지만 그는 텍사스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아내 린다 씨에게 다른 곳으로의 이사를 이야기해 봤지만 그녀는 전혀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혼 역시 절대 해줄 수 없다며 버텼고 결국 그는 집을 나오게 됩니다. 그 후 일본에 정착하게 된 것이죠. 그것이 15년 전 일입니다.


누가 보아도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충실히 삶을 살았던 미야코 씨. 동네에서 가장 가까이 지내던 리에코 씨의 남편인 데릭 씨가 운영하던 어학원 핼러윈 데이 파티에서 제대로 된 대화를 처음 나누게 됩니다. 남편과는 달리, 서로 즐겁게 오가는 대화가 쌓이면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지고 헤어짐마저 아쉬워지게 됩니다.


이후 둘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오게 될까요?


지은이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그 마음을 이어가는지, 책 내내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이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도 이름마다 씨를 붙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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