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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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단체 미팅에 나갔다가 만나게 된 남편. 스무 살에 그와의 아이를 갖게 되자 장밋빛 결혼을 꿈꾸었던 다카요. 하지만 남편의 사업은 실패하고 동업자에게 사기까지 당하는 바람에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됩니다. 남편은 이를 도박으로 만회하려다 결국 사채까지 끌어씁니다. 이 사채를 갚아준 것은 그녀의 아버지. 그런데도 끝내는 그녀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던 남편. 결국 버티지 못하고 초등학교 2학년 딸 아야나를 데리고 도망치듯 집을 나옵니다. 지금은 그렇게 단둘이 도쿄의 작은 연립 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3개월째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밀린 임대료, 연체 이자, 그리고 독촉 수수료까지 모두 합친 금액은 거의 우리나라 돈으로 200만 원에 육박합니다. 이를 이달 말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주택 명도와 체납금 지급 청구 소송에 들어간다는 독촉장까지 받게 되죠.


하지만 그녀는 현재 실업 상태로 그 큰돈을 이번 달까지 마련하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녀는 약 3개월 전까지는, 블랙 기업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버티지 못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던 곳은 바로 콜센터. 그곳의 모습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갑질, 폭언 등 도저히 맨 정신으로 감당하기 힘든 모욕적이고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전화들. 그럼에도 전화를 건, 소위 "고객"이 전화를 끊을 때까지 먼저 끊을 수도 없고 끝까지 응대해야 한다는 규칙은 읽기만 해도 숨이 막힙니다.


그녀는 연체료 납부를 위해 소비자 금융을 찾지만, 이마저도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현재로는 대출이 어렵습니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그때 구인 사이트에서 본 인터넷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연체료 납부기한은 다가오고 막상 돈을 구할 방법은 나오지 않아 다시 인터넷 개인 대출을 찾아보던 그녀는 '미나미'라는 여자 이름의 개인 사채업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고금리기는 했지만 등록 대부 업체에 비하면 양심적인 이자라는 생각에 결국 돈을 빌리게 됩니다.


그런데 미나미는 단순히 대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말로 다카요의 개인적인 일까지 상담을 해줍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출받은 돈으로는 정말 급한 불만 겨우 껐을 뿐입니다. 공과금, 식비, 그리고 딸의 학교생활에 들어가는 비용 등 필요한 돈은 계속, 그리고 점점 늘어만 갑니다. 그와 비례해 미나미에게 빌린 돈도 불어나게 되죠. 결국 시간 제약이 적고 수익이 높은 일자리를 찾던 다카요는 성매매 일자리까지 알아보게 되는데...


다카요는 과연 고금리 사채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더없이 따듯하고 친절해 보이는 '미나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렇게 사회적 문제가 담긴 이야기를 읽을 때면, '현실이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창작 콘텐츠보다 더한 현실의 사건도 본 적이 있기에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보다 더한, 더욱 끔찍한 현실도 우리 주변에 있는 것 아닐까?'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가 주는 강한 흡입력과 함께 우리의 경제관념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본 이야기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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