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주로 평범한 일상을 그리며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년 남성 미노루입니다. 그는 겉모습만 보면 한량의 자산가처럼 보입니다. 다만, 그 부는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게 받은 유산이고, 책 읽기 외에는 딱히 열정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가진 것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의 인간관계는 전 연인과 딸, 그리고 친한 친구 정도로 극히 제한적입니다. 사업도 하고는 있지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이에 관한 모든 업무마저 세무사인 오래된 친구에게 일임한 상태입니다. 마치 속세에는 관심, 아니 미련이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다 보니 그의 하루하루는 특별하게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지나갑니다.
본 이야기의 시작은 소설 속에서 시작합니다. 미노루가 읽는 소설이죠. 배경도 장르도 실제 미노루가 있는 곳과 많이 다릅니다. 소설은 첫머리에만 그치지 않고 이야기 내내 미노루의 현실과 번갈아가며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소리나 소음이 소설 속에서 현실로 미노루를 소환합니다. 이런 장면이 그가 얼마나 책 읽기에 빠져있는지 보여주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앞서 말했듯, 미노루의 일상은 별 이벤트가 없고, 사건과 갈등이 벌어지는 무대는 되려 그가 읽는 소설 속입니다.
우리 삶은, 시간처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딱딱 나뉘는 것만은 아닌듯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냥 속절없이 흘러가는 듯한 본 이야기가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이런 사람이, 그런 삶이 어딘가 있을 것처럼 말이죠.
책만 읽는 미노루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책만 읽으며 지낼 수 있는 그의 현실이 부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하는 일 없이, 책만 원 없이 읽고 싶다'라는 생각에 잠겨있던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한 채 살고 싶지 않기에, 시간을 쪼개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늘 부족하다'라는 갈증은 지우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