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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평점 :
마흔이 되기 전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은둔자처럼 살아보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실행해 옮긴 실뱅 테송(저자). 그 시작은 처음 바이칼 호수를 찾았던 2003년이었습니다. 호수 모래사장에 드문드문 있던 오두막 거주자들의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잊지 못했던 저자는 그로부터 7년 후 그렇게 바이칼 호수를 다시 찾았습니다. 저자는 그렇게 바이칼 호수와 레나 강의 자연 보호 지역 북쪽에 있는 삼나무 숲속 오두막에서 2월부터 7월까지, 무려 여섯 달을 혼자 보냈습니다.
너무 추운 날씨에 가져간 노트북이 터져 버리자 저자에게 남은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뿐이었습니다. 오두막에 짐을 풀고 오롯이 혼자가 된 뒤 2주 만에 저자는 테이블에 앉아 테이블 위 햇살이 커져가는 것을 멍하니 보다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한 시간 동안 빙판(바이칼 호수 위)에서 홀로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죠.
은둔자를 자처했지만, 오두막에서 머무는 기간 내내 아예 사람과의 교류를 끊어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 가기까지 만났던 사람들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찾아오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습니다. 그 역시 오두막에만 머물지 않고 상황이 허락하는 한 밖으로 나와 여러 곳을 돌아다닙니다. 비록 그 와중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지만, 그는 자신의 우려와 달리 다시 행복을 느낍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즐겨왔던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그곳에는 없기에, 그는 원초적 삶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으로부터 직접 음식과 자원을 얻고 몸소 이동하는 삶이 그것이죠. 저자의 짧다면 짧을 수도, 또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세상으로부터의 은둔기(隱遯記)'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그처럼 마음의 평안이 찾아올지도 모르죠.
본 책은 공쿠르 상, 르노도 상, 페미나 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하나를 이루는 "메디치 상"의 에세이 부문을 수상(2011년) 했던 저자의 에세이를 '비르질 뒤뢰이'에 의해 그래픽 노블로 새롭게 태어난 작품입니다. 그의 그래픽 노블 작가 데뷔작이기도 하다는군요.
글이나 소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는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는 합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준 본 책은 이런 상상력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만 같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