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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2월
평점 :
모모가 친구 히비키의 어머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치과의사인 모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치과 클리닉을 2년째 운영 중입니다. 자기 외에도 치과기공사, 페이닥터(월급의사), 치위생사를 포함해 총 6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물려줬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은퇴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자신이 봐왔던 환자를 진료하고자 일주일에 하루씩은 꼬박꼬박 나오십니다. 그녀는 최근 6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 관계를 맺어 온 연인 이사와와 헤어졌습니다. 사실 그녀에게는 이사와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있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본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모모와 히비키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마치 물에 물감이 퍼져나가듯 부모, 배우자, 전 연인 등 주변의 인물들로 이야기와 화자의 시점이 옮겨갑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참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 특히 내 마음속 특별히 여기는 사람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순간, 방식 등은 제각각일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함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듯,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 간의 관계도 그럴 수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오래된 관계는 대게 그 시간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록 그 시간이 짧더라도 나눈 마음이 크다면 그 역시 소중한 관계겠지요.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요? 다른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또 전혀 몰랐던, 예상 밖의 모습을 볼 때도 있죠.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도 다르게 그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관계가 있지만, 때로는 무 자르듯 관계를 딱 규정짓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본 책에 담긴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입장을 통해 그런 것들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평범 아니, 자칫 지루해까지 보일 수 있는 우리들의 일상. 하지만 그런 아무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 우리를 종종 찾아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에 감사합니다. 오늘과 같을 내일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