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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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훌쩍 넘는 오랜 전통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지방의 유력 가문, 사이다이지. 그 가문은 그 모양 때문에 소위 '비탈섬'이라고 불리는 한 외딴 섬을 갖고 있습니다. 출판사 사장 사이다이지 고로가 70세에 위암으로 사망하고 그의 뜻에 따라 유언장을 개봉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유언장 개봉에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죠. 그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가문의 별장에서 개봉하는 것. 그렇게 별장 '화강장'과 비탈섬이 이야기의 배경이 됩니다.


사실 고로의 장례식 다음날 가문의 저택에서 유언장 개봉이 진행됐었죠. 그때 첫 번째 유언장에서 고로가 원하는 유언장 개봉의 조건이 드러납니다. 첫째가 바로 방금 언급한 대로 가문의 비탈섬 별장에서 개봉할 것, 다음이 유언장 개봉에 자신의 여동생 마사에와 세 남매 에이코, 게이스케, 유코, 그리고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가 꼭 참석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다섯 명이 모인 후에만 유언장을 개봉하라는 조건을 덧붙입니다. 물론 갖은 수단을 총동원했는데도 누군가 찾지 못하거나 혹 죽었음이 확인 된 경우에는 개봉이 가능하다는 예외를 두긴 했지만요. 가장 큰 문제는 조카 쓰루오카의 이름이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20년 넘게 가문과 연락조차 끊긴 존재였기 때문이죠. 어디에 있는지, 아니 그가 살아있는지 조차 알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유지를 지켜 유언장 개봉을 하기 위해서는 그의 존재가, 적어도 그의 생사 확인이 꼭 필요했기에 마사에는 쓰루오카를 찾기 위해 탐정 고바야카와 다카오를 고용하기에 이릅니다.


마침내 비탈섬에 화강장에서 고로의 사십구재 법사와 유언장 개봉이 이뤄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화강장에는 고로의 부인 '가나에', 고로의 여동생 '마사에'를 비롯해 고로의 첫째 딸 '에이코', 그녀의 남편 '아쓰히코', 그들의 딸 '미사키', 고로의 둘째 아들 '게이스케, 고로의 셋째 딸 '유코'가 모였습니다. 그 외에도 사이다이지 가문의 고문 변호사인 아버지 야노 고조를 대신해 고로의 유언장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그들 앞에서 낭독하고자 참석한 '야노 사야카', 아버지 다카자와 다다나오를 이어서 사이다이지 집안 주치의를 하고 있는 '다카자와 나오토', 고지마 고묘지라는 오래된 절의 주지 스님으로 사십구재 법사 진행을 위해 참석한 '도라쿠', 그리고 쓰루오카를 찾아 데려 온 탐정 '고바야카와 다카오'도 참석했습니다. 다카오가 찾아낸 덕에 20여 년 만에 가문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쓰루오카 가즈야'는 어머니의 유산을 들고 상경해 사업을 했지만 실패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다이지 가문의 집사 '고이케 기요시'와 사이다이지 가문 가사도우미이자 기요시의 부인인 '고이케 시노부'도 화강장에 있었습니다.


고로의 사십구재 법사와 유언장 개봉은 무사히 종료되고, 가장 눈에 띄던 존재 쓰루오카에게도 큰 돈이 유산으로 상속되죠.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가족들의 불편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 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격적 태도를 취하던 쓰루오카는 '사이다이지 가문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 나를 무시하지 마라. 안 그러면 비밀을 발설하겠다'라고 으름장까지 놓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다음날 아침 사체로 발견되고 말죠. 잔혹하면서도 기묘한 모습이었던 그의 죽음은 자살보다는 타살에 무게가 실리고 다카오가 경찰을 부르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태풍으로 경찰의 도착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탐정 다카오와 변호사 사야카가 쓰루오카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만, 무언가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 가문 사람들 때문에 좀처럼 진전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23년 전 비탈섬에서 벌어졌던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을 알게 되면서 쓰루오카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고립된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무서운 이야기임에도 곳곳에 심어놓은 복선의 회수와 저자의 무기 유머로 늘어지거나 지나치게 진지해지지 않았던 흥미진진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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