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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정연복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1월
평점 :
분명 예전에 <어린 왕자>를 읽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예전에 집 책장에서 봤던 책과 그 책 속의 몇몇 그림이 아직도 기억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해 보려 애써도 두 개의 보아뱀 그림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처음 접한 지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는 제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거든요.
<어린 왕자>는 '내'가 6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겪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낙오됩니다. 전문 정비사가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 와중에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은 참 다행이었습니다. 사실 다칠 만 한 사람이 '나' 하나뿐이기는 했지만요.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일주일 치 정도의 물이 전부였습니다. 첫날밤을 사막 한가운데서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에 '나'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 아이와는 분명 초면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나'에게 다른 말도 없이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그 아이의 마음에 드는 양을 그려줄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살던 별을 떠나 여행 중인 '어린 왕자'였습니다. '나'는 그 어린 왕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또 틈틈이 비행기 정비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어린 왕자에 대해, 그리고 어린 왕자가 살던 별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어린 왕자가 살던 별에는 화산 3개와 하나의 꽃이 있는 것도 알게 됐죠. 어린 왕자는 지구로 온 뒤에야 그 꽃이 장미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린 왕자는 경험도 쌓고 심심함도 달랠 겸 자신의 별을 떠나 같은 지역에 있는 소행성 6개에 들렀습니다. 지구는 그가 도착한 일곱 번째 별이었던 것이죠. 각 별에서 어린 왕자는 '모든 것을 다스리는 왕, 허영심이 가득한 사람, 술 마시는 게 부끄러운 술꾼, 중요한 일을 하는 사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앞 어느 별 보다 큰 지구에서 '나'를 만났던 것이죠. 지구에서도 어린 왕자는 '뱀, 세 개의 잎을 가진 꽃, 오천 송이 장미, 그리고 중요한 비밀을 알려준 여우' 등, 많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특히 어린 왕자는 여우와의 시간을 통해 '관계 맺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함, 책임'의 의미를, 수많은 장미 속에서는 자신의 별에 있는 장미가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나'에게 자신의 여행에 대해 들려준 어린 왕자는 지구에 온 지 1년이 되던 날 밤 다시 자신의 별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6년이 지난 지금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어린 왕자를 떠올리죠.
본 책의 삽화 또한 오랜만에 만난 어린 왕자만큼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삽화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과 달리 조종사 '나'를 등장시켰다는 것입니다. 얼굴도 나오고, 커다란 몸이 여러 차례 나타나죠. 덕분에 '나'에게도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또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훗날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