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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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다카하기라는 동네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2004년 도쿄에서 이야기가 끝나니, 약 8년 동안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등장인물은 엄마 요코와 그녀의 딸 소우코입니다. 소우코와 요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이어집니다.


소우코가 들어섰을 때 요코는 25살이었습니다. 소우코 아빠에게는 부인이, 자신에게도 남편이 있었죠. 하지만 어느 여름날 소우코의 아빠, 그 사람은 떠났습니다. 당시에는 소우코가 뱃속에 있는지 몰랐었죠. 소우코가 태어나면서 요코는 남편과 이혼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두 모녀의 방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 시작에 소우코는 초등학생입니다. 정작 아빠의 얼굴은 모르지만, 이것저것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하는 정보는 또 알고 있습니다. 바로 엄마 때문이죠. 아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엄마가 종종 해줍니다. 비록 자주 해주지는 않지만요. 그래서일까 아니면 아빠가 그리워서일까, 소우코는 엄마가 해주는 아빠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 요코는 아빠와의 추억만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그를 다시 만날 날만을 고대하며 살아가죠. 소우코가 여섯 살 때, 벌써 여섯 번 이상 이사를 경험했습니다. 그만큼 자주 전학을 다녔다는 이야기죠. 소우코는 요코에게 '왜 이렇게 이사를 많이 다니는 건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요코는 '그녀들이 하느님의 보트에 탔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죠.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고요.


요코는 낮에는 피아노 레슨을 하고 밤에는 바에서 일합니다. 앞서 말했듯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지 않지만, 그녀의 생활 패턴은 대게 이렇게 설명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소우코의 아빠인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은 2년. 여름에 시작해서 여름에 끝났습니다. 그 시간이 그녀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그녀는 늘 소우코의 아빠를 생각합니다. 아마 소우코에게 자꾸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의 예쁜 이마 뼈를 꼭 빼닮은 소우코가 그를 자꾸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 특이합니다. 이마 뼈라니. 그 외에 등뼈도 닮았고, 점점 더 아빠를 닮아갑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걸음걸이와 신발 벗는 습관까지 그를 떠올리게 하죠. 이마가 봉긋 둥그스름하게 낮은 언덕처럼 예쁘게 올라온 것일까요? 궁금해하다 문득 상상해 봅니다.


요코는 그가 떠날 때 한 약속을 믿고 있습니다. 그녀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어도 꼭 찾아내겠다는 약속이었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그를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의 동료도 어이없어하는 그 약속을. 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  말을 하던 때 그의 눈을 보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녀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언뜻 이해하기 힘들 만큼, 소우코가 한창 학교를 다닐 나이인데도 요코가 자꾸 거처를 옮기는 것은, 어느 곳이든 익숙해져 버리면 소우코의 아빠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때문입니다.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없는 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니 익숙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전전한 두 모녀. 그 여행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요코는 그 사람을, 소우코는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요?


두 모녀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추억으로만 살 수 있는가. 가졌던 것과 갖고 있는 것 중 어떤 것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정작 내게 가졌던 것들만 남아 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바라봤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떠올려 봅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더욱 귀하고 감사하게 여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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