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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그저 저자 이름만 보고 읽은 책입니다. 읽고 보니 여고생들의 이야기더군요. 물론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여자가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별 시답잖은 생각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곧 걱정 아닌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죠. 이야기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솔직히 조금 슬프게도 이제는 고등학교를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많이 웃기도 또 많이 울기도 했을 것이고, 처음이었던 경험들도 많았겠죠. 지금 기억이 나지 않아 그렇지 수없이 고민하고 방황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걱정하실만한, 저 때문에 어디를 가시거나 학교로 오셔야 했던 적은 없었네요.
책에는 총 여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들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등장인물이 서로 겹치고 이야기마다 화자가 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무엇보다 중요했던 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기억조차 희미해진 것들. 학창 시절에는 그런 일이 참 많았죠. 이야기 속 그녀들도 그렇습니다.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미성숙했던 시절이지만, 자신은 이미 충분히 알만큼 컸다고 생각하는 시절이지 않습니까?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와 친구들이 세상의 거의 전부인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그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죠.
여학생이기에 더욱 섬세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도 들었네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학창 시절이 떠올랐던, 그립고도 묘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