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모른다
로지 월쉬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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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죠. 이는 이렇게 비슷한 말로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믿음이 크면 배신감도 크다". '그 사람은 내게 숨기는 것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큰 믿음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나 믿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소중한 관계를 떠받치는 주요 기둥 중 하나가 바로 믿음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말도 있고 돌려받고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기만 하는 사랑은 결코 건전하지도 또 오래 가지도 못합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 한 엠마와 레오. 서로를 알고 지낸 지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엠마는 생태학자, 레오는 신문 기자, 그중에서도 부고 기사 팀입니다. 주변에서 보기에도 이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죠. 다만, 두 사람에게도 아픔은 있습니다. 엠마는 암 투병 중이고, 두 사람의 아기를 가지려는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둘이 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마음을 다 잡던 중, 기적적으로 임신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두 사람에게는 서로 외에 또 다른 커다란 행복이 찾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한 일이 가득할 것 같았습니다.


엠마가 잘 이겨낼 것을 믿지만, 그럼에도 아내의 부고 기사는 직접 쓰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의 지난 자료를 찾아보던 레오가 수상한 점들을 발견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그동안 엠마가 자신에게 무수한 거짓말을 한 것을 알게 되죠. 그녀의 과거에 관련해 미심쩍은 것들이 많아집니다.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학력, 심지어 이름까지도 거짓이었습니다. 레오가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솔직히 오래 생각해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잠깐 동안 생각해 봤는데, 단지 상상인데도 너무 마음이 아팠거든요. 너무 끔찍했습니다. 레오 역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엠마는 곧 레오가 자신이 숨겨 온 과거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레오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오히려 과거를 꽁꽁 묶어두었던 그녀이기에 그녀 역시 적잖이 충격에 빠집니다. 이대로 레오와 헤어질 수는 없었던 엠마는 그에게 변명이든 해명이든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둘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만나기로 하죠. 하지만 만나기로 약속한 날, 시간에 엠마는 갑자기 자취를 감춥니다. 핸드폰도 놓고 나가 연락할 방법이 없었죠. 엠마는 왜 그렇게 갑자기, 하필 그날 사라져버린 걸까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레오에게까지 거짓말을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더욱 몰입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엠마의 비밀, 엠마의 일생, 거기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독자를 단단히 잡아둡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생각에 읽을수록 책장을 넘기는 손이 점점 빨라졌습니다.


그 무게나 중요도는 잠시 뒤로 미루더라도,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합니다. 우리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그 선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치 없었던 것처럼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도 하고, 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죠. 이는 우리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요?


새삼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무섭게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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