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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양윤옥 옮김,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 겨울날 아침 열어둔 창문 틀에 '작은 새'가 찾아왔습니다. 부리와 다리만 진한 분홍빛인, 그 외에는 온통 새하얀 10센티미터 남짓의 작은 새.
'나'에게는 사귄 지 1년 정도 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나'에 대해 그의 '여자친구'는 거의 다 알지만, 단 하나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나' 역시 새까맣게 잊고 있어 그녀에게 전하지 못했던 사실입니다. 몇 년 전 한 '작은 새'가 찾아왔었던 것입니다. 처럼 추운 겨울날 아침이었죠. 야무진 몸매를 가졌던 진한 갈색의 참새였습니다. 그때도 '갈색 작은 새'와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들의 시간이 끝난 것은 '갈색 작은 새'가 떠나 버렸기 때문이고요. 남자는 이렇게 문득 찾아온 존재를 거둬주고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고 작은 요구마저 최대한 들어주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교회를 찾다가 가족, 친구 등 일행을 놓쳤다고 '새하얀 작은 새'는 말했습니다. 교회만 안내해 주면 될 줄 알았던 그 새는 '나'와 직접 교회에 다녀온 이후에도 어딘가로 가지 않고 계속 머무릅니다. 일행을 놓쳤다고 말은 했지만, 그게 진짜인지 알 수 없죠.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래 심성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괘씸할 법도 한데 '나'는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새하얀 작은 새'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여러 소소한 추억을 만들어 가죠. 심지어 '새하얀 작은 새'가 자기 말고 또 다른 사람 친구가 있는 듯한 상황을 보게 되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망치기도 합니다.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새하얀 작은 새'와 '여자친구'의 정확한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언행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죠. 하지만 저라면 '나'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갈색 작은 새'가 '나'에게 네 결점이라며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너는 남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편이야."
애완동물 용품점 가게 주인의 말에 따르면, '나'는 '어떻게든 작은 새와 얽혀버리는 남자'입니다. 주인은 '나'의 거절 못 하고 착한 심성을 알아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권신아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함께여서 더욱 겨울 동화 같았던 이야기를 읽어서일까요. 안 그래도 겨울을 좋아하는데, 겨울이 더욱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