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빨래는 대부분 집에서 처리하고 힘든 것들만 세탁소에 맡기다 보니, 실제로는 빨래방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나다니며 본 빨래방의 이미지는 남아있죠. 그리고 본 책 덕분에 빨래방에 대한 환상이 하나 더 추가됐네요.
요즘 특히 좋아하는 향인 라벤더 향이 난다는 연남동의 '빙굴빙굴 빨래방'. 이곳이 바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책에는 이 빨래방을 이용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서로 얽히고설키어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누군가는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니냐고 할 만큼 행복하고 따듯하게 마무리 됩니다. 하지만 그 속의 디테일은 지극히 현실적이죠.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것 하나 하나, 보면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또 우리 사회에서 좋게 혹은 나쁘게 이슈가 되었던 다양한 이야기들도 여기저기 녹아있어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보면서, 결말이 조금은 더 행복하면, 좋게 웃으면서 끝나면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종종 있습니다. 비록 실존 인물도 아니지만, 내가 알고 지내던, 때로는 응원까지 하던 인물이 보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현실이 이렇게 각박한데, 그런 이야기마저 그렇게 끝나버리면 우리는 어디서 희망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자문도 했었죠. 앞서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던 각 이야기의 결말들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퍽퍽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웃고 위로 받고 마음을 채울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사람 냄새 가득한, 마음이 참 따듯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올 겨울에 다시 한 번 읽어야겠습니다. 그럼 한겨울의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마음만은 훈훈할 것 같거든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