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역설 사전 -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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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 하면 가장 먼저 역설법, 즉 문학 표현법 중의 하나가 떠오릅니다. 유치환 님의 시에 등장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 저처럼 이 시구를 기억해 낸 분들이 많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사실 그동안 역설에 관해 생각할 때, 위 시구 외에 제가 떠올렸던 것들은 가벼운 말장난 수준의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본 책에도 가벼운 말장난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예술 표현, 과학 원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는 보다 심오한 역설들을 다룹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역설, 돈과 관련된 역설, 그리고 숫자와 관련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역설까지, 총 15가지 역설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브라에스의 역설(Braess's paradox)'입니다. 이는 교통량이 일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도로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 체증이 더 악화되거나, 교통량이 많았던 길을 오히려 없애면 교통 체증이 완화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인 생각과 정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역설이다 보니 단순히 생각만으로 토론해서는 본 역설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습니다. 수학적으로 차근차근 따져가며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돈은 돈 대로 들이고 결과는 오히려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를 교통 문제, 즉 실제 도로 외에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분야, 통신망, 전력 공급망, 생태계 먹이사슬, 그리고 진로 선택 문제에까지 적용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원칙 혹은 견해와 대립하는 주장'인 역설. 읽고 듣고 배움으로써 사람들 사이에서 당연하다, 맞다고 통용되는 것들만 접하다 보면 '생각'을 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보내고 돌아보면, 매일이 비슷한 루틴과 일들로 채워져 갑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도 단조로워질 수 있죠. 역설은 이렇게 자칫 굳어질 수 있는 우리의 눈과 머리를 부드럽게 해줍니다. 나아가 보다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똑같은 물건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동안 미처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역설이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면 말이죠.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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