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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ㅣ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평점 :
태어나서 삼국지를 가장 먼저 접한 것은 대현출판사에서 출간됐던 <전략 삼국지>입니다. 해당 시리즈는 권수가 총 60권에 이르는데, 처음 읽은 이후 계속 그 책만 주구장창 읽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다시 1권으로 돌아가 읽기를 수없이 반복했죠.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그만큼 삼국지에 빠져 지냈었죠. 그 후 컴퓨터 게임으로 삼국지를 즐겼습니다. 그러면서 삼국지에 관한 책을 멀리하게 됐지만요. 성인이 된 후에는 이문열 선생님의 10권짜리 <삼국지>도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동안 보고 즐기면서 갖게 된 삼국지에 대한 뭔가 아름다운(?) 환상이 깨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더 다양하게 또 더 깊게 알아보고 접하면 더 좋을 수 있는데도 이런 식으로 즐기는 것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라는, 팬심으로 포장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어리고도 짧은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껏 삼국지를 만화나 소설로만 읽었지 이에 대해 해설한 책이나 연구한 책은 따로 본 적이 없네요.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오랜만에 삼국지를 접하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책을 들었습니다.
책에는 후한 말 타락한 위정자와 관리들의 폭정으로 인해 참다 폭발한 장각, 장보, 장량 삼형제가 일으킨 황건당의 군채 소재지부터 시작해, 삼국지 대표 충신 관우의 고향 운성, 도원결의의 삼형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하북성 탁주, 동탁이 제후 연합군을 피해 수도를 장안으로 천도하며 불을 놓아 폐허로 만들어 버린 낙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조조의 고향 안휘성 박주, 삼국지 무력 첫째로 꼽히는 여포의 유적지이자 한나라 유방의 고향이기도 한 패현, 조조가 헌제를 모셔 온 허창, 삼국지를 알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적벽, 유비와 손권 두 집안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기 위한 정략결혼의 현장, 진강의 북고산까지, 1권에는 총 24권의 장소가 담겨 있습니다.
책은 삼국지 연의에 기반을 두지만, 삼국지 연의는 역사서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깝기에, 삼국지 연의의 내용과 다른 실제 역사의 내용을 함께 설명해 줍니다. 연의 안에 담긴 저자의 의도를 읽을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려서 본 받을 것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중화제일주의'를 기저에 깔고 있다 보니, 역사적 맥락까지 엄밀히 따지면 삼국지 연의의 내용은 '삼실칠허(三實七虛)'보다도 못하다고 하네요. 솔직히 충격 받았습니다.
그동안 삼국지(삼국지 연의)를 재미거리로만 즐겼다면, 본 책을 만난 것을 계기로, 이제는 그 소설 뒤에 감춰진 중국의 역사와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살펴보는 공부가 필요할 때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