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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ㅣ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평점 :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로 오래 전, 티브이를 통해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을 봤습니다. 찾아보니 96년 개봉했던데, 그럼 아마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시 밖에 남지 않았던 생선(?)이 우주를 떠돌던 장면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리고 올해 5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이 개봉했습니다.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는 어제 봤던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와 마찬가지로 "리마스터링" 개봉 기념으로 출간된 에세이입니다. 아마 짝을 이루어 세상에 나온 것 같아요. 글, 풀 컬러 오리지널 일러스트레이션, 컷 만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캡처 화면 등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와 구성은 비슷합니다. 물론 글은 다르죠. 책 이름에서 말하는 "고길동"은 지치고 때로는 너무 힘에 부치지만 묵묵히 또 성실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책에는 수많은 고길동들에게 둘리가 전하는 포근한 위로가 가득합니다.
책 속에 "과장님"이라고 부르며 시작하는 글이 몇 개 있는데, 처음에는 왜 그런가 이해를 못해 찾아봤더니 고길동이 만년 과장이었다고 하네요. 책 이름처럼 고길동을 향해 둘리가 말하는 구성이다 보니 그렇게 칭했던 것 같습니다. 보다 보니 뒷부분에서는 만년 과장이라는 내용이 직접 언급되기도 하더군요.
어렸을 적 둘리 만화를 봤던 분은 아마 거의 열에 열 모두 고길동을 둘리와 그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성질 못된 아저씨 정도로 기억하실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랬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나이를 들고 보니 소위 말하는 '츤데레' 스타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리와 친구들에게 말은 툴툴댔고 그들과 서로 티격태격 하긴 했지만 결국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잖아요. 인터넷에서 보니 오히려 둘리 일행을 거두어 준 고길동을 '성인군자다, 보살이다'라며 감싸고 응원하는 글도 있더군요. 만일 제가 고길동의 입장이 됐다고 생각해 보면, 저도 그들을 내치지는 못했겠지만,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구에 돌아온 후 시간이 지나면서 둘리도 어른이 된 걸까요? 아니면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걸까요? 둘리의 고길동을 바라보는 마음이 많이 달라진 것만 같습니다. 책 속에 담긴 둘리의 말을 보면서 울컥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쥐고 또 지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딱히 없었는데, 저도 조금은 내려놓아야할 때인가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