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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츠지 히토나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아카시아>는 약 13년 전 출간된 책으로, 츠지 히토나리의 첫 단편집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본 후 그의 작품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샀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내용도 거의 없어 마치 처음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책에는 총 다섯 편, 아니 후기 대신 쓴 짧은 이야기까지 포함하면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매일 직장으로 자신을 찾아오는 여자를 바라보다 그녀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겪게 되는 남자, 의료 봉사 중 불의의 습격으로 문명사회와 완전히 고립된 마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남자, 아내와 각방을 쓰게 돼 얼굴을 본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옥상에 비둘기장을 만들고 내기도 아닌 게임을 하며 매일 그날 그날의 비둘기 마릿수를 적는 남자, 궁금한 것도 모르는 것도 많지만 자신의 눈과 생각으로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소년 등이 등장합니다.
각 단편의 내용이 참 독특합니다. 우선, 배경에 대한 정확한 묘사나 표현이 거의 없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가늠이 안 됩니다. 그렇게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모르는 만큼, 반대로 또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한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이야기의 전개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항상 예상을 하지는 않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신선한 전개가 이어져 이야기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마다 완전히 닫혀있는 결말이 아니어서 화자의 이후 모습은 어떨지도 상상해 봤습니다. 마냥 밝거나 희망찬 상황은 아니지만, 그들이, 자신을 비롯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더 행복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