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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ㅣ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책 이름만 보시고 경제 서적이라 오해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설마 저만 오해한 건 아니겠죠? 빚 갚는데 기술이 있다니, 그리고 그것이 정말 있다면 도대체 어떤 기술일까? 이렇게 생각은 흘러갔습니다. 책을 오해했던 저는 대출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를 보고는 헛다리를 짚었구나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책은 소설입니다.
그의 책을 접하지 못했던 것은 제가 아직 독서 끈이 짧아 서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첫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 오노레 드 발자크는 한 교양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래에 들어서 알게 된 거라고 봐야겠네요. 출연자 중 한 분이 저자를 소개해 주었죠. 그 출연자를 통해 전해 들은 그의 이야기가 워낙 강렬해 이름을 듣자 바로 기억이 났습니다. 그는 평생 귀족이 되기를 꿈꿨던 허영심 가득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귀족들이 들고 다닐법한 아주 값비싼 지팡이를 사기도 했죠. 하지만 그는 그런 물건들을 소비할 만큼의 재력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경제적 상황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못했죠. 평생을 빚더미에 앉아 지냈고 빚을 갚기 위해, 즉 생계를 위해 글을 썼던 사람이 바로 저자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비록 그 자신은 화려한 귀족 생활만 바라보았기에 미처 알지 못했지만요. 그런 저자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이 참 역설적이고 웃음이 났습니다. 그 이상으로 어떤 이야기를 썼을지 보고 싶기도 했고요.
<빚 갚는 기술>은 빚쟁이 삼촌에 대해 조카가 펴낸 책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삼촌은 빚 갚는 기술을 발명한 사람입니다. 경제 서적이 아닌 건 알겠는데, 또다시 빚 갚는 기술이 등장합니다. 도대체 어떤 기술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를 표현한 한 문구에 따르면 그의 기술은 바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빚을 갚고 채권자를 만족시키는 기술'입니다. 어디서 누가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기를.
기술 이름만 들어도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이 다 있나 싶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기술 이름으로부터 이 소설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돈도 안 쓰는데 빚을 갚았다고 하고, 그런데 심지어 채권자까지 만족시키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합니까?! 하지만 결국 삼촌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자인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