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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책을 사서 처음 읽은 지 15년 이상 지났네요. 찾아보니 그때는 따로 서평도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책은 [공중그네]라는 제목의 이야기까지 포함하여 총 5편의 단편 소설이 담긴 모음집입니다.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 의사 '이라부 이치로'. 각종 증상으로 신경과를 찾아온 환자들을 그가 진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고슴도치]입니다. 제목은, 항상 상대를 위협할 수밖에 없는 고슴도치 같은 생활을 하는 야쿠자를 빗대 표현한 것입니다. 선단공포증에 걸린 야쿠자 중간 보스 이노 세이지.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함께 지내는 여인은 그에게 의사를 한 번만 만나보라며 진료를 예약해 줍니다. 그렇게 찾아가게 된 병원이 바로 이라부 종합병원. 신경과의 의사와 간호사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야쿠자인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아니 오히려 무례할 정도로 그를 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세이지는 계속 그곳을 찾게 되고, 심지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고민을 털어놓기까지 합니다. 과연 세이지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는 [공중그네]입니다. 주인공 야마시타 고헤이가 서커스 공연에서 펼치는 연기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 고헤이는 서커스 단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단체생활을 했습니다. 정식으로 서커스단에 입단한 지 10년, 공중그네 플라이어(flyer)가 된 지는 7년, 그리고 최근 3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죠. 하지만 도쿄 공연이 시작된 이후 공중그네 연기에서 연이어 실수를 하게 됩니다. 자신이 떨어진 건 캐처(catcher) 때문이라 생각한 그는 공연 후 캐처 역할의 우치다를 때리기까지 하죠. 결국 연기부 부장 니바는 마침 공연장 근처에 있는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에 가서 의사를 좀 만나보라고 고헤이에게 권유하기에 이릅니다. 후배 우치다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뻗어갔던 고헤이. 최후의 수단으로 그가 준비한 것이 있었는데요. 과연 그는 자신의 의심을 풀 수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들이 세 개 더 수록되어 있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마주하기도 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런 의사 선생님은 이 지구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분이 계셔도 나쁠 건 전혀 없겠다, 아니 이런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더 솔직한 마음 같습니다. 현실의 문제도 이렇게 기분 좋게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바람을 가져 봤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문득 찾아보니 저자는 이 <공중그네> 이후에도 작년까지 거의 매년 작품을 낼 만큼 왕성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더군요.
천천히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저자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분명 즐거운 일일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