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판매원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2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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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쇼트-쇼트 시리즈"는 이미 세계(무려 30개국 이상)에서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전설의 시리즈라고 하네요. 시리즈의 창시자는 바로 저자입니다.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이 하빌리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인데, 첫 번째 책을 만나기도 전에 두 번째부터 만났습니다. 찾아보니 세 번째 시리즈까지 나왔네요. 책이 두껍다 싶었는데 본책에는 무려 41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저자의 이야기들은 짧게 끝나다 보니 중간 과정들이 과감히 생략됩니다. 각 과정마다 자세히 풀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그런 부분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부분에 힘을 주고 바로 결말로 치닫습니다.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다음 장면이 파도처럼 계속 밀려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이야기 속에서 헤엄치고 있게 되는 것이죠.


책에 실린 글들은 약 50년 전에 쓰인 것들이라고 합니다. 자극을 좇는 양상이 심해지다가 긴 글을 제대로 집중해 읽지 못하게 되고 결국 조금만 길어져도 읽기를 거부하는, 오늘날의 세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책 속 짧은 호흡의 글들은, 오늘날의 그런 양태가 많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현대 많은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자가 글을 쓰던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의 우리도 아직 겪어보지 못한,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지 모를 모습들이 담겨있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그것을 뛰어넘는, 그 범위를 벗어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의 이야기에는 대부분 마지막에 ㅇㅇ이 있습니다. 이를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말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직접 보시면 아실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그동안 봐왔던 이야기들과는 다릅니다.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요, 기발하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사람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어이없어 할 수도, 또 '별로 재미없는데'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방금 뭘 읽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점점 그의 이야기들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빠져들어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일본 SF 소설의 효시라고 불리는 이유를 몸소 느꼈습니다. 저자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그렇게 많이 남길 수 있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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